강정마을회는 지난 8일 서울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적인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정당화하며 대법원 판결을 거래수단으로 삼은 양승태 전 대법원을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유는 명료하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의 중대한 변곡점이 됐던 ‘국방·군사시설 사업 실시계획 승인처분 무효 확인’ 소송 최종 판결 과정에서 대법원의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법원 행정처가 공개한 내부 문건에는 ‘정부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로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 판결도 포함됐다. 2012년 양승태 원장 당시 대법원이 이명박 정부로부터 호의적인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제주해군기지 판결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즉 자료와 양심에 따른 판결이 아니라 대법원의 ‘사심’을 위해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아닌 게 아니라 2012년 대법원은 원고인 강정마을 주민들이 일부 승소했던 1심과 2심 판례를 뒤엎고 파기 환송해 버렸다.

당시 소송에서 1심과 2심은 “환경영향평가평가를 거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는 취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었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은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정부의 실시계획 승인 처분이 법적으로 유효하다”며 정부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야말로 강정마을주민들에겐 ‘청천벽력’이나 같은 판결이었다. 1심과 2심을 이겼으니 ‘대한민국 최고의 사법기관’인 대법원에서도 승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대법원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셈이다. 아니 ‘믿었던’ 대법원에게 배신을 당한 것이다. 사심(私心) 속에 ‘사법거래’로 국민들의 뒤통수를 때릴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국민들은 꿈에라도 생각지 못했음에도 말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등 당시 대법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다. 대한민국의 사법부의 추락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에 수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죄를 지어도 자수를 하면 경감되는 것처럼 대법원 스스로 죄의 여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일말의 잘못이라도 발견된다면 응분한 조치가 뒤따라야함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선 전·현직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 나아가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재판거래 의혹’ 사건에 대한 재심도 이뤄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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