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목사들 선정도 많아
하지만 중앙집권적 조정에 최선
일견 당연한 임명직의 한계

민선 도백들 슬로건 진취적·자립적
새로운 ‘제주시대’ 지도자 중요
정체성 바탕 도민 이끌 수 있어야

 

중앙집권정치를 폈던 조선왕조에서 제주목(濟州牧)은 는 비록 행정구역은 전라도에 속했으나 사실상 특수행정구역에 가까웠다. 그래서 전라도 관찰사는 제주목사에 대해 의전적 서열은 상석이나 서로 존대하며 존중되는 자리였다.

그리고 제주는 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임에도 ‘훌륭한’ 목사들이 부임, 의미있는 족적들을 남기기도 했다. 태종 때의 목사 오식(吳湜)은 수조법(收組法)으로 토지등급제를 시행했고, 세종 때의 목사 최해산(崔海山)은 명성 높은 목민관이었다.

성종 때 목사 이약동(李約東)은 부정부패를 단속하고 산천단을 세웠으며 청백리에 녹선됐고 이수동(李壽童)은 감귤을 장려했다. 선조 때 이경록(李慶綠)은 명월성을 재건했고 효종 때 목사 이원진(李元鎭)은 탐라지를 편찬했다.

탐라순력도로 알려진 이형상(李衡祥)목사는 고양부씨 삼성사당을 세우기도 했다. 영조 때 목사 김정(金程)은 삼천서당을 창건했고 헌종 때 목사 이원조(李源祚)는 화북포구의 해신사를 중수하고 신탐라지를 지었다.

이들 제주목사들이 괄목할 만한 치적으로 선정을 베풀었다고는 하지만 중앙집권적 지배를 위해 조정에 최선을 다했던 흔적이 많다. 14개 목장에서 키워낸 말에 대한 진상기록은 선행과 착취의 실행자로서 양면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임명직의 한계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제주도민이 주인이 되어 ‘제주목사’를 직접 뽑는 선거도 조선과 일제시대를 거치고 정부수립 이후에도 47년이 지난 1995년도 돼서야 이뤄졌다.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는 기치 아래 신구범이 31대 도지사에 선출, 민선지사 시대를 열었다.

제32대와 제33대 도백은 각각 ‘100만 제주인 함께 열린 세계로’와 ‘세계를 향한 강한 제주’로 내건 우근민 지사가 잇따라 당선됐다. 33대와 34대는 김태환 지사가 연임했다. 슬로건은 ‘제2의 도약 제주 하나된 힘으로’(33대)과 ‘도민의 시대 새로운 도전 제주특별자치도’(34대)였다.

이어 우근민 지사가 ‘세계가 찾는 제주, 세계로 가는 제주’로 기치로 36대로 다시 도백을 역임, 관선 2번·민선 3번 등 제주도지사만 5번하는 ‘신기록’을 쓰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014년 37대에는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로 내건 원희룡 지사가 당선됐다.

역대 민선 도지사들의 슬로건을 보면 봉건시절 중앙을 지향하며 잃었던 자아를 보상하려는듯 진취적이고 자립적이다. 세상의 중심에 서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임명직 지사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결핍이 많은 섬을 벗어나 무한확장의 바다로 향하면서 주변 세력과의 중개무역을 통하여 동북아지역의 일원으로서 존재가치를 지키려던 탐라시대의 오마쥬다.

오늘은 38대 도지사를 선택하는 날이다. 후보마다 도민이라면 환영할 만한 내용으로 가득한 공약을 내세운다. 이들이 약속하는 정치적 술어를 쉬운 말로 풀면 ‘제주다운 제주인에 의한 제주의 조성’이란 희망을 가져본다.

각 후보 공약은 분야별 제주발전의 바람직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제주발전포럼은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도시는 그에 걸맞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하기 좋고 사람살기 좋은 사회·행정 환경을 조속히 구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별자치도의 위상에 맞는 제도적 개선이 추진되어 강력한 정책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지적되는 것이다. 또한 외국인 투자 및 글로벌기업 유치로 국제자유도시 조기 조성 및 양질의 일자리창출, 고용 및 GRDP(지역 내 총생산)증가, 도민의 복리 증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권한으로서 규제자율권도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강력한 주변 세력의 각축 속에서 활로의 길을 찾던 탐라의 모습은 어느새 동북아 주요거점도시로서 위상과 기능이 요구되어지는 ‘제주시대’가 도래했다. 곧 70만 도민을 헤아리는 시대가 된다. 재능 많은 이주민도 더해졌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방자치의 바람직한 모범사례로서 자리 잡으려면 이제 선택되어질 리더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제주민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도민의 적극적인 의지와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자가 선택되어질 것을 기대한다. 주저앉고 말았던 탐라의 꿈을, 제주의 꿈으로 열어 줄 것인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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