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귀화 결혼 이주여성 응오엔티쎈씨
어제 첫 참정권 행사…‘의미 깊은 한 표’

낯선 국가에 정착한 이들은 어떻게 그 나라의 사람이 되어갈까. 언어가 첫째고, 길에 익숙해지는 것이 그 다음이다. 가장 나중은 귀화, 이를 통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면 생면부지 타향은 어느 새 제2의 고향이 된다.

13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광령1리사무소 앞으로 부끄러운 듯 남편의 팔짱을 끼고 들어오는 여성이 있었다. 베트남 출신 응오엔티쎈(36) 씨다. 2012년 4월 한국에 온 그녀는 두 달 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이날, 응오엔티쎈 씨는 당당한 한국인으로, 첫 참정권을 행사하러 오는 길이었다.

투표장에 들어선 응오엔티쎈 씨는 곧 투표용지를 교부받고 기표소로 들어갔다. 두 번째 투표용지를 받아든 그는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자못 심각한 얼굴로 기표소 커튼을 걷어 올리고는 이내 곧 환환 표정으로 나와 용지를 투표함에 쑥 밀어 넣었다.

그녀에게 제주는 두 번째 삶이 시작된, 말 그대로 제2의 고향이다. 베트남에서 낳은 첫 딸과 지금 남편과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소중한 둘째 아들은 어느 새 유치원생이 됐다.

응오엔티쎈 씨는 “애국가가 어려워 귀화시험을 볼 때 애를 먹었는데 시험에도 붙고, 이렇게 투표까지 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했다.

이어 “고등학교 1학년과 유치원인 아이들이 아직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 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집과 가까운 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이주민 가족을 위한 환경이 더 갖춰지면 좋겠다. 그런 바람으로 투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아내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남편 김정용씨는 “아내가 선거를 할 수 있어 나도 기쁘다”며 “조만간 한국 이름으로도 개명할 계획”이라고 연신 미소를 보였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