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6·13지방선거에서 ‘싹쓸이 압승(壓勝)’ 했다. 민주당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모두 14곳을 거머쥐었고,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12곳 중 10곳을 석권했다.

반면에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본산(本山)인 대구와 경북 광역단체장에서만 겨우 자리를 지켜내는 등 최악의 참패(慘敗)를 기록했다. 보수의 개혁을 외쳤던 바른미래당 또한 지리멸렬하긴 마찬가지였다.

특히 민주당은 과거 보수의 텃밭이었던 부산·울산·경남지역 광역단체장선거에서도 기염을 토했다. 때문에 수십 년 간 보수 정당이 독점해온 PK(부산·경남)의 지방권력이 무려 23년 만에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제주지역에서는 원희룡 무소속후보가 민주당의 거센 광풍 속에서도 의연하게 살아남아 전국적인 ‘화제의 인물’로 등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시장·군수·구청장을 뽑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완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초단체장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마저 손아귀에 넣었다.

집권여당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지난 1998년 이후 사상 두 번째다. 기초단체장 선거는 2년 뒤 실시될 21대 총선(總選)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민주당은 아주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된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권엔 초비상이 걸렸다.

이를 반영하듯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네 글자의 영어 문장을 올렸다. 이 말은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써놓았던 문구로도 유명하다. 이번 지방선거 참패가 현실로 나타나면 그 결과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암시한 것이다.

바른미래당도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 야권 발(發) ‘정계개편’이 강력히 점쳐지는 이유다. 이러한 움직임은 정치권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평화당이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민주당에 흡수 혹은 통합될 경우도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6·13 지방선거 결과는 현 정치권의 지형을 송두리째 바꿀 ‘회오리 바람’으로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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