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절차 투표에 결과 모두 승복
제주지사엔 무소속 원희룡 승리
공약들 제주발전 위한 고민과 구상

문대림 후보 ‘항공료 반값’ 공약 눈길
추미애 대표도 지원 ‘보증’
누구 공약이든 수용 ‘행복한 제주’를

 

 

마침내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그리고 선거결과가 ‘최상’이다. 유권자들이 많은 표를 던진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면 된 것이다.

설령 당선 후보에 결격사유가 있더라도 유권자가 선택했다면 존중돼야 한다. 결격사유 등에 따른 갈등과 비용이 발생한다면 그것 또한 유권자들의 몫이다. 선택에 따른 책임이다. 그래도 그 선택을 국가가 아니라 국민들이 했다. 도백을 정권이 아니라 주민들이 뽑았다.

이렇게 풀뿌리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 살아있다. 정부에서 내려 보낸 중앙관료 출신 도지사가 지역을 ‘통치’하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었다.

중요한 것은 국민투표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치러지고 ,그 결과에 유권자나 후보자 모두 승복한다는 사실이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선거는 성공이다.

여야의 승패는 그들의 계산일뿐이다. 어차피 선거는 승부를 가리자는 것이니 당연히 당선자와 낙선자로 갈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제주도에선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인물론’을 앞세워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전국적인 민주당 돌풍과 자유한국당 등 정당의 외풍 소용돌이 속에서도 재선에 성공한 것이다. 원시불교 경전인 ‘수타니파타’에 나오는 시구(詩句)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如風不繫於網) 무소의 뿔처럼 혼자 걸어서 간 셈(如犀角獨步行)’이다.

반면 도지사 후보 ‘2강’으로 원 당선인을 ‘위협’했던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끝내 역전에 실패하며 낙마했다. 민주당 바람을 타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핫라인’임을 강조하며 선전했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정치 경력 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문 후보는 선거운동기간 제주도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각종 공약을 통해 보여줬다. 특히 ‘제주도민 항공료·뱃삯 반값’ 약속은 신선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 누구나 이동권이 헌법에 보장돼 있지만, 제주도민들은 육지부 이동 부담이 크다”며 “항공편과 배편은 도민에게 대중교통수단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부터 중증응급환자와 보호자, 보호자가 필요한 장애인, 대입 수험생과 가족, 군인 및 면회가족 등에 대한 항공료·배삯 전액 지원과 2020년부터 이코노미석 기준 전 도민 편도 10회 50% 지원이라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문 후보가 지적한 국민의 이동권 보장과 도민의 육지부 이동비용은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문제가 있음은 분명한데 해법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문 후보의 ‘아이디어’가 답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제주도를 위한 그의 고민을 높이 사는 이유다.

처음에는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약(空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현찰이 급하니 일단 어음을 발행하고 보자는 것처럼 실현 가능성의 정책보다 당장의 표(票)를 위한 수단처럼 보였다.

그런데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보증’을 섰다. 추 대표는 지난 4일 문 후보 지원차 내도한 뒤 도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제주의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문대림) 후보가 필요하다”면서 “그다음 문제들은 예산, 중앙정부에서 얼마나 뒷받침 하느냐의 문제”라며 문 후보의 공약을 ‘승인’했다.

특히 추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나 후보시절 제주도에 오면 제일 먼저 찾던 사람이 문대림 동지”라면서 “대통령의 동지로서 제주도의 숙원사업이나 여러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신속하게 풀 수 있는 핫라인은 정말이고, 당 차원에서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항공료·배삯 반값 공약에도 기대가 갔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편집·보도국장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선거의 승패 여부를 떠나 지역에 필요한 정책이니 정부와 정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고 본다.

그러니 민주당은 이 정책을 추진해야만 한다. 자기당 후보가 낙선했다고 당 대표가 ‘약속드린다’던 정책을 지원 않는다면 공약으로 유권자와 거래하는 사당(私黨)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문 후보도 문 대통령과의 핫라인을 적극 활용, 항공료·배삯 반값 정책 실현에 적극 힘써야 한다. 그래야 도지사 출마의 변이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설마 낙선했다고 핫라인이 끊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 정도였다면 문 후보가 주장한 핫라인도, 추미애 대표가 얘기한 ‘동지’도 거짓말이다.

원희룡 당선인은 자신의 공약 이행은 물론 문 후보가 약속했던 ‘항공료·배삯 반값’ 정책 실현에도 힘을 더해야 한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공약들은 모두 제주의 발전과 도민의 안녕을 위한 고민의 결과였고 구상이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만 잡으면 되는 것(黑猫白猫論)처럼 누가 내놓은 공약이든 그것들을 통한 행복한 제주를 만들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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