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대거 입국 549명 난민 신청
제주사회 상반된 시각 속 논란
‘도움 줘야’ vs ‘도민 안전 위협’

외국인 범죄 우려한 반감 충분 이해
인간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필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 세상 나그네

 

최근 제주사회에 예멘 난민들로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은 총 561명으로, 이 가운데 549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전쟁 중인 조국을 버리고 나온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도와주자는 의견과 돈 없는 이방인들이 저지를지도 모르는 범죄에 대한 우려와 불안의 소리들이 섞여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8일 최낙영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장이 제주를 찾기에 이르렀다. 최 소장은 “사람답게 살기 위한 희망으로 본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절박한 처지에 대한 공감과 수용은 선택이 아닌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라며 “한국 정부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난민법’에 명시된 난민신청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인권적 접근의 반대편에는 무사증 제도 악용 사례로 규정하는 시각도 공존한다. 더욱이 외국인 강력범죄 등 도민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난민 수용 거부와 난민법 및 무사증제도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쇄도, 20만명을 넘어섰다.

난민 문제는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드문드문 들어오던 다양한 외국인 난민과 이민 신청이 올봄 갑자기 몇백명의 예멘인들이 몰려와 난민 신청을 하면서 공론화됐다. 관계 당국마저 놀라 이달 1일부로 예멘을 무비자입국 대상국에서 제외하는 등 긴급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관건은 이미 제주로 들어와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들이다. 예상치 못한 까닭에 전혀 무방비 상태로 이들을 마주하게 된 터라 속수무책의 상황이어서 관계 당국은 물론 지역 사회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우려를 앞세워 이들을 향한 반감부터 앞세우고 지나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이들은 종교와 사회문화적 배경은 물론 피부색과 생김새마저 무척이나 생소한 탓에 반감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다.

얼마전 한 중국인에 의해 빚어진 제주도민 살인사건 등 ‘이방인’에 의한 범죄도 여전히 우리 뇌리에 생생한 상처로 남아있는 터에 이러한 경계심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로벌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고 ‘평화의 섬’을 지향하는 우리 제주섬에서 미리 걱정과 우려를 앞세워 무조건 낯선 이를 경계하고 거부한다는 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은 원인이야 어찌 됐든 갈등과 반목이 빚은 전쟁의 참화를 피해 살길을 찾아 몰려든 난민들의 애처로운 신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서 그들을 무조건 배척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거리에서 가끔 마주치는 젊은 청년들이 있었다고 해서 그들이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저지르고 다닐 거라는 사실무근의 억측이나 지레짐작을 무책임하게 퍼뜨려서도 안될 것이다. 과거 일제 치하에서 나라 잃은 설움을 안은 유랑시절의 아픔과 전쟁 참화의 상처가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우리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고 무대책인 상태로 난민을 받아들이고 무조건 돕자는 얘기는 아니다. 비록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언제고 일어날 법한 이 상황을 맞아 인간과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으로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자는 얘기다. 국제자유도시민으로 우리도 성장하는 기회로 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지금은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동화된 외국인 이주민 문제만 돌이켜봐도 이런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도 아니다. 이들도 초기엔 돼지농장이나 양식장·어선에서 고강도의 노동을 필요하는 현장근로자 또는 결혼이민자라는 ‘이방인’이었다가 조금씩 다가와 우리의 이웃이 됐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과 ‘이방인’ 당사자들은 물론 사회 각계 각층의 노력이 어우러져 외국인 이주민들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씻기어가면서 오늘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결국 영어권과 비영어권, 피부색이나 외모, 혹은 빈부는 ‘인간의 존엄성’ 위에 덧씌워진 껍데기가 아닐까 한다.

그 껍데기 때문에 본질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예멘 난민 문제 등에 지역은 물론 대한민국 사회의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는 너나 할 것 없이 이 세상에 잠시 와서 살다가는 나그네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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