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일본·중국 등 경쟁 치열
‘성장통’ 극복 혜택은 지역민에게

 

 

마침내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세기의 만남’을 가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 등을 합의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북미회담에 필요한 비용 161억원 전액을 싱가포르가 부담한 점이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우리가 기꺼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싱가포르의 깊은 관심사인 국제적 노력에 대한 우리의 공헌”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싱가포르가 이런 거액의 비용을 투자한 데는 세계 1위 국제회의 개최도시라는 도시 브랜드를 공고히 하고, MICE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책적 의지를 전 세계에 발신하려는 의중이 깔려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최근 일본은 2020년까지 크루즈관광객 5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내걸었다. 출입국과 관련한 과감한 규제 완화는 물론, 중앙정부 차원에서 항만 인프라 확충을 대폭 지원하고 있으며, 해외 크루즈선사를 대상으로 항만 부속시설에 대한 제3섹터 방식의 투자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사드(THAAD)문제로 인한 중국발 크루즈의 한국 기항 전면금지 조치는 일본을 아시아 1위의 크루즈 입출항 국가로 발돋움시켰다. ‘사드의 시간’이 크루즈관광 경쟁력 측면에서 우리와 일본사이에 역전의 변곡점을 만들어 낸 것이다.

국가 단위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아시아 최고의 휴양형 국제회의 도시이자 크루즈 허브를 지향하는 제주라면 경쟁자들이 제트엔진을 달고 날아가고 있는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럼 우리 제주는 지금 어떤가?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지역 관광 조수입은 약 5조6000억원으로 2016년 대비 1.4% 증가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의 공백을 내국인 관광객이 채워준 덕분이다.

경제성장률 면에서도 국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제주는 6%이상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제주에서 개최된 국제회의는 139건으로 아시아 6위에 머물렀다. 특히 2016년에 507회의 크루즈 기항으로 아시아 17개국 294개의 크루즈관광지 중 1위를 차지했던 제주의 아성은 무너지고 말았다.

제주지역은 섬으로, 외부환경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아시아를 비롯한 국내외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최고의 순간은 내려가는 계단과 공존한다. 수백억원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세계 1위의 컨벤션 도시를 유지하려는 싱가포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하여 크루즈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일본, 디즈니랜드를 유치하여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상하이까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경쟁환경을 그냥 흘려 넘겨버리기 어려운 까닭이다.

지난 10년 제주는 급성장했고, 지금 우리는 성장의 그림자로 인한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성장의 결실이 공정하게 지역에 환원되지 못하고 있으며, 난개발에 따른 환경문제·교통문제·쓰레기 문제 등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우리가 반드시 겪어야 하는 ‘성장통’으로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세계적인 관광지들이 겪어 온 과정이기도 하다.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들을 개선해 나가면서, 관광으로 인한 혜택이 지역주민에게 환원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제주의 핵심 경쟁력인 청정 자연을 지키기 위해 방문객은 물론 지역주민도 자연환경 보존을 위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주인의식이 필요한 때다. 관광정책은 관광객 유치정책에서 관리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때마침 민선 7기 도정이 곧 출범한다. 타이밍을 놓친다면 다음 10년은 준비되지 못한 미래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제주관광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지역주민에게도 지지받는 행복한 산업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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