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무사증제도 개선책 더 늦기전에 <1>
무사증 이용 ‘제주 러시’에 행정 무방비 노출
정부 ‘인권보장-자국민 안전’ 충돌에 어정쩡

올 들어 제주도로 들어오는 예멘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난민’ 이슈가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전쟁 중인 조국을 떠나온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도와주자는 의견과 이방인들이 저지를지도 모르는 범죄에 대한 우려가 충돌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혼란을 빚고 있는 한국의 난민 정책이 기로에 선 가운데 이에 따른 해법이 제시돼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본보는 현 제도의 문제점과 후속 과제를 점검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예멘 난민 수용 사태에  정부와 제주도 당국이 대처에 실패한 것은 어쩌면 예견된 결과다.

한국은 1992년 12월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2013년 7월부터 난민법을 시행하고 있는데다, 제주도는 무사증 제도를 2002년 시범도입 한 후 2008년 개별관광객까지 확대 허용하고 있다. 

난민들이 급속도로 증가한 주된 원인은 ‘무사증 제도’다. 합법적으로 비자 없이 30일 동안 체류가 가능하다 보니 이들이 제주를 선택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내전을 피해 고국을 탈출한 예멘인들이 대거 제주로 난민 신청을 하리라는 것은 예견됐지만, 이에 따른 적절한 준비를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2015년에 발발한 예멘 내전으로 549명의 난민들이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제주에 입국했고, 현재 일부 귀국 및 타 지역으로 출도한 인원을 제외하더라도 486명의 예멘인들이 제주에서 난민신청을 위해 체류 중이다.

지난 연말까지만 하더라도 드문드문 들어오던 외국인 난민과 이민 신청이 올해 갑잡스럽게 수백명의 예멘인들이 몰려들자 관계 당국인 법무부는 이달 1일부로 예멘을 무비자입국 대상국에서 제외했다. 관광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외국인이 대거 입국하는 것은 본래 취지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급한 불은 껐지만, 제주에 남아 있는 수백명의 예멘인들의 수용여부는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생계비가 부족해 공원이나 해변 등에서 노숙자가 발생하는 등 불안한 상황이 발생되자 도 당국은 법무부와 함께 취업 지원에 나서면서 제주에 적응하도록 지원했지만,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급여가 적다는 이유 등으로 취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360여명의 생계비 지원을 신청했지만 난민 심사와 통역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갑작스런 일이라 대처가 미흡하다는 것은 법무부도 인정했다. 

예멘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전쟁 중인 조국을 떠나온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도와주자는 의견과 이방인들이 저지를지도 모르는 범죄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

정부가 난민 문제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난민법’에 명시된 난민신청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자국민 안전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충돌하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도의 예멘인 등 난민수용 문제와 관련해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도 ‘난민 문제 전반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청에는 “이번 예멘 난민 문제를 대하는 방향을 고려해 (청와대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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