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전국적 이슈로 불거진 제주의 ‘예멘 난민’ 문제와 관련 현황파악을 지시했다. 난민 업무가 전적인 국가사무인 만큼 이는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지금껏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고심만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죽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이번에 난민들에 대한 인도적 원칙과 방법을 보다 더 확고히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할 정도다.

한국이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및 의정서’에 가입한 것은 지난 1992년. 2년 뒤인 1994년엔 출입국관리법상 난민관련 규정을 신설했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난민정책은 아직 초보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것은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20만명 당 1명꼴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또한 대부분 행정소송 등을 거쳐 간신히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난민 보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00명이 넘는 예멘 난민이 ‘무비자제도’를 이용해 제주에 들어오자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해 허둥대고 있다. 정부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난민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깊어지는 중이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회원 수가 12만명이 넘는 ‘제주맘-제주도 행복한 부모 이야기’ 다음 카페에서 오는 30일 오후 6시 제주시청 앞에서 예멘 난민 수용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기로 뜻을 모은 것은 단적인 예다.

이와 관련 원희룡 제주지사는 “난민 문제는 국가적 문제이며 대통령의 업무”라며 예멘인 난민 신청을 심사하고 관리할 인력과 예산 지원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강경식 도의원(무소속)도 “예멘 난민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취해주길 촉구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예멘 난민에 의한 일자리 잠식과 묻지마 범죄, 과도한 예산 지원 등 미확인된 사실들로 인해 과도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멘 난민 문제는 인권과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감정보다 이성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조속한 결단을 내려 난민 문제에 적극 대처해 나가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