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내세운 문재인 정부
정작 다가온 건 ‘고용 大亂’
원인 놓고도 당국·민간 큰 시각차

우리경제 전반 빨간불 켜져 비상
지방선거 최면서 깨어나
당정청,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지난달 중순 경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장탄식을 한 바 있다. 자신이 주재한 긴급경제현안간담회에서 “5월 고용동향 내용은 충격적”이라며 “저를 포함한 경제팀 모두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6월 15일)한 5월 고용동향은 부총리가 ‘충격’이라고 표현할 만큼 아주 초라했다. 취업자 수는 2706만4000명으로 전년 5월보다 7만2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2010년 1월 1만명이 줄어든 이후 8년 4개월 만에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전체 실업률은 4.0%로 5월 기준 2000년 4.1%를 기록한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청년(15~29세) 실업률 또한 10.5%를 기록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5월 기준으로 최고 수준이었다. 취업자 증가 폭은 10만명 선 아래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IMF)로 2008년 9월부터 2010년 2월까지 10만명 대 안팎에 머물거나 줄어든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 이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일자리가 더 많이, 더 빨리 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고용 대란(大亂)’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를 두고 경제 전문가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더딘 규제 완화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임시직과 일용직이 줄고 있고, 각종 규제와 노동비용 상승으로 인해 제조업이 국외로 나가고 있다는 것.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현실을 인정치 않고 그 책임을 인구구조와 날씨 탓으로 돌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생산가능 인구 감소세가 올 들어 급격히 나타나는 등 구조적인 영향과 함께 전국적으로 비가 내려 건설 일용직 일자리가 4만8000개 감소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었다.

과연 그럴까. 문재인 정부는 1년 전 출범 당시 경제정책 4대 축으로 ‘일자리 중심 경제·소득주도 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을 내세웠다. 정부와 공기업 중심으로 일자리가 느는 등 성과도 있었다. 반면에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탓에 임시 및 일용직 위주 저임금 일자리는 크게 줄었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일자리가 증가한 부문은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대부분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만들어낸 것이었다. 온전히 정부가 일자리 증가를 견인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에 반해 제조업과 도소매, 숙박음식업 등 민간 일자리는 감소세가 뚜렷했다. 더욱이 한국경제의 버팀목이라는 제조업은 거의 빈사(瀕死) 지경에 이르렀다. 중소기업들이 “일감은 없고 임금은 높지, 무슨 수로 사람을 뽑아요”라며 아우성을 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5월 고용동향’은 문재인 정부의 안이한 경제 인식에 대한 ‘경고(警告)’나 마찬가지다. 동향 발표(6월15일)가 지방선거 이후 이뤄졌기에 망정이지, 선거 이전에 나왔더라면 결과에 다소의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무튼 6·13 지방선거 결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압승(壓勝)했고, 보수로 대변되는 야권은 ‘폭망’했다. 그게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에 힘입었든,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에 편승했든 국민들은 자유한국당 등 꼴통 보수에 진저리를 치며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기고만장할 계제는 아니다. 여권의 압승으로 끝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유인태 전 의원은 “저쪽(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 워낙 개판을 치니까 이쪽(민주당)에서 잘못하는 게 별로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지, 민주당이 잘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국 경제는 지금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투자 및 소비가 동시에 뒷걸음치는 형국이고, 미·중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역전쟁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더욱이 믿었던 반도체 생산마저 감소세로 돌아서며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빌 클린턴의 말이 저절로 생각나는 이유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침체에 빠진 ‘경제 살리기’다. 이 같은 난관을 슬기롭게 돌파하기 위해선 청와대나 집권여당에서 당당하게 ‘아니오(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 특히 당(唐) 태종을 성군의 반열에 올린 중국의 위징(魏徵)처럼, 문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다하는 그런 인물이 필요하다. 경제 문제는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인데, 언제까지 청와대 눈치만 살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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