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는 제주에 입국한 예멘 난민과 관련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30일 저녁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진행된 ‘불법난민신청 외국인대책연대’와 ‘난민반대 반대’ 측의 집회가 바로 그것이다.

이날 난민 인정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그간 우리는 불법적으로 들어와서 난민법을 악용하는 사례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며 “이와 같이 법을 악용하는 이주자들의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다면 아예 난민법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찬성 측에서는 예멘인들에 대한 난민 거부는 인종차별적이라는 관점을 제시했다. 이들은 “배외주의와 인종차별을 인정해선 안 된다”며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난민들이 이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난민 논란은 최근 제주도로 예멘인 500여명이 입국하면서 불거졌다. 예멘은 지난 2015년 수니파 정부군과 시아파 반군 사이에 내전이 벌어져 무려 28만명에 달하는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 등 정부가 심사 기간을 단축키로 하는 등 조기 수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예멘인 난민 인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갈등이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이달 1일 제주시 한림읍 소재 선원 숙소에서 일하던 예멘인 난민 2명이 흉기 폭력을 휘둘렀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들은 식사 후 설거지 문제로 시비가 붙어 서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지 않아도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당장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고작 설거지 당번 순서 때문에 흉기를 들고 폭행했다. 더욱이 난민 심사 기간에 흉기 난동이 벌어진 것은 매우 중대한 상황이다. 즉시 추방해야 한다”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우리나라, 특히 제주에서 외국인 난민을 둘러싼 갈등이 이처럼 크게 번지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아마도 그것은 예멘인 난민이 일시에 대규모로 들어온데다, 최근 들어 급증한 중국인 관광객에 의한 살인 등의 각종 범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개개인의 잘잘못은 철저하게 가리되, 난민 전체를 범죄자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난민에 대한 무조건적 배척과 외면은 인간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도리를 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라도 인내심을 갖고 보다 성숙한 자세로 이번 난민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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