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가 최근 제주아트센터 인근(오등동 일원)에 1000억원 내외의 예산을 투입해 2000석 규모의 ‘전천후 복합 야외공연장’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 아닐 수 없다.

당초 이 사업은 제주시 탑동 해변공연장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관련 용역이 추진됐다고 한다. 해변공연장의 경우 지난 1995년 우리나라 최초의 독립 야외공연장으로 개관했다. 하지만 그동안 비행기 소음과 월파 및 염분 유입에 따른 시설노후, 우천시 관람 곤란 등의 각종 문제가 제기돼 왔다.

그러다 갑자기 계획이 바뀌며 국제관광도시의 위상에 걸맞는 ‘글로벌 전천후 복합 야외공연장’ 타당성 조사로 전환됐다. 아무런 사전 설명도 없었다. 한때 이와 관련된 내용이 흘러 나오기도 했으나 제주시는 ‘쉬쉬’로 일관하며 감추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이번에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결과가 나왔다. 이를 요약하면 총 사업비는 800억~1000억원, 한 해 운영 예산은 40~50억원으로 추산했다. 개관 목표는 오는 2025년이다.

향후 조직 운영과 관련해서는 재단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 및 지자체가 출연한 자금으로 관련 전문가들이 운영을 맡는 재단법인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이러한 시설을 건립하려면 최소한 시민 및 도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등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한다. 그런데 일언반구도 없이 용역에만 일임하고 큰 일을 벌이겠다고 하니, 이게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이는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차제에 사업의 전모를 철저히 밝히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관계자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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