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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할리데이비슨의 逆說
데스크 승인 2018년 07월 09일 (월) 主 筆 |  
   
 
主 筆
 

‘미국의 상징’ 유럽으로 공장 이전
트럼프發 무역전쟁 희생양
‘일탈과 자유에의 열망’도 함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
삼성전자 인도 공장 준공
누가 이들을 밖으로 내몰았을까

 

115년의 역사를 지닌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은 미국의 자존심이자 상징이다. 그런 할리가 일부 생산 시설을 유럽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의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러자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취임 직후 할리데이비슨을 ‘미국 제조업의 기둥’으로 추켜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은 악담까지 퍼부었다. 그럴 만도 했다. 가장 미국적인 기업이 EU와의 무역전쟁에서 제일 먼저 항복한 꼴이 됐다. 하지만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따지고 보면 트럼프가 일으킨 보호무역 전쟁의 희생양 중 하나가 바로 할리였다.

‘일탈(逸脫)과 자유에의 열망’을 대변하는 할리데이비슨은 모터사이클(오토바이)의 대명사다. 지난 1903년 윌리엄 할리와 아더 데이비슨이 미국 위스콘신 주(州)의 밀워키에서 공동 창업했다. 이후 승승장구 현재 세계 1위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고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일본의 혼다와 스즈키, 야마하 등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며 고전했다. 그 결과 1970년대까지 75%를 자랑하던 할리데이비슨의 시장 점유율은 25%로 곤두박질 치며 부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재기(再起)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1981년 ‘독수리는 홀로 비상한다(The Eagle Soars Alone)’는 캐치프레이즈였다. 회사 임원진들이 직접 할리데이비슨 고유의 가죽 의상을 입고 장거리 랠리에 참여했다. 84년엔 이전 엔진들이 가졌던 결함들을 완벽하게 개선한 ‘에볼루션’ 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 들어 일본 회사들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복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은 단순한 오토바이를 뛰어넘어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심장박동 같은 강한 엔진 소리와 자유를 연상시키는 브랜드 이미지는 할리의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데 손색이 없다. 엄청난 배기음을 내뿜는 모터사이클과 가죽 재킷, 선글라스와 부츠로 무장한 자유로운 라이더들. 때문에 할리데이비슨이라는 이름 자체가 자유를 추구하는 브랜드로 인식될 정도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탔던 오토바이, 요절한 가수 김광석이 마흔 살 되면 하나 사고 싶다던 그 오토바이가 바로 할리데이비슨이다. 그만큼 할리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낭만과 자유의 상징이었으며, 미국의 자존심(自尊心)이었다.

트럼프가 촉발한 글로벌 무역전쟁의 이면을 살펴보면 자못 흥미롭기까지 하다. 미국이 유럽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자 EU는 가장 미국적인 3대 상품, 즉 오토바이와 청바지, 버본 위스키에 보복관세를 매겼다. 미국의 ‘상징’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할리데이비슨의 본사는 지금도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 있다. 이곳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보호무역주의를 지지하는 폴 라이언 하원의원의 지역구다. 또한 위스콘신 주지사는 공화당의 스콧 워커다. 이른바 트럼프의 지지기반이다.

트럼프로선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중대 고비다. 상원의 100석 중 35석, 하원은 435석 전부를 바꾸는 이번 선거는 재선(再選) 등 트럼프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 선거 결과 민주당에 패하게 된다면 트럼프에게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EU가 유럽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할리데이비슨을 겨냥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약점을 찾아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중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달 6일 미국의 관세폭탄에 맞서 중국도 정면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등가성(等價性)의 원칙’에 입각한 맞불 작전이다. 보복관세 부과 대상은 콩(대두)과 면화 등 농산물, 쇠고기·돼지고기 등의 육류와 위스키 및 자동차 등 545품목 340억달러어치에 달한다. 농축산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미국 공화당의 전통적인 표밭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을 볼모로 정치적 타격을 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만 터지는 꼴’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삼성전자의 인도(印度) 내 휴대전화 생산 공장(노이다) 준공식에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참석했다. 노이다 신(新) 공장은 삼성전자가 6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만드는 인도 최대의 휴대전화 공장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며 느끼는 것은 웬지 모를 씁쓸함이다. 할리데이비슨이 유럽으로 공장을 옮기듯, 삼성 등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들을 나라 밖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제주매일 主 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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