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감수성 교육 효과
불만 많던 지영이의 변화도 성과
담임선생님 관심과 사랑 덕분

멘티·멘토 과외프로그램도 성공적
배우고 배워주며 ‘동반 성장’
조그만 사랑이 큰 결실 ‘나비효과’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뛰어놀던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일사분란하게 각자의 자리로 이동한다.

얼마 전 진행했던 초등학생 중심의 ‘글로벌 감수성 교육’ 시간의 시작 풍경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옛이야기와 한국의 전래동화를 통해 나라마다의 민족 고유의 정서와 문화, 다양성을 경험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다문화가정 자녀가 속해 있는 학급의 경우 학생들이 생각이 달라졌다. K초등학교 유OO은 “다문화 가족도 우리나라 사람과 똑같다는 생각을 했으며, 오히려 2개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차별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하는 대견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지역주민과 학생들에게 다문화에 대한 감수성 교육과 인식개선교육의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한 또 하나의 성과는 ‘지영’이다. 지영이는 피부색이 까맣다.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위해 들어가는 선생님에게 교실 끝에서 미소로 인사를 보낸다.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하자 주변의 아이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정도다.

5년 전 부모의 이혼으로 이사를 오게 된 지영이는 불만이 많은 아이였다. 프로그램 참여에 소극적이었으며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양보하기 보다는 괴롭히고 짜증을 내기 일쑤였다. 또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학교가기를 싫어했었다.

그런 지영이가 밝아진 것이다. 학교 가기 싫어하고 프로그램에 소극적이던 지영이가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지영이의 긍정적 변화에는 담임선생님의 깊은 관심과 사랑이 있었다.

밤늦게까지 일하는 엄마를 기다리다 보면 늦잠 때문에 지각을 하기도 하고 때론 결석을 하기도 하며 학교 가기가 쉽지 않았던 지영이였다. 그런 지영이를 위해 담임선생님께서는 가정방문을 해주었고 일일이 안부를 묻으며 지영이의 등굣길을 도와줄 수 있는 친구를 ‘멘토(mentor)’로 정해줬다.

멘토가 된 친구는 매일 대문 앞에서 “지영아, 학교 가자!”라고 외치는 것이다. 친구의 목소리에 일어나지 못 할 때는 한 번 더 큰 소리로 지영이를 부르며 기다려주는 친구의 따뜻한 배려, 비가 오는 날에도 변함없이 찾아가 주는 친구의 진정성에 지영이도 변하기 시작했다.

이젠 또래를 괴롭히던 지영이의 옛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지영이에게 마음으로 다가가 꿈을 키워주는 담임선생님의 제자 사랑은 이시대의 롤 모델이 아닐까 한다. 사랑으로 한 아이의 삶을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모습에 희망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선생님의 멘토 아이디어에도 존경을 보낸다. 학교생활 잘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아이들이 학습과 관련해 겪었던 어려움을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해결했던 즐거운 기억도 떠오른다.

멘토링 프로그램은 현실적으로 가장 빠르게 지원할 수 있는 ‘1대1 맞춤형 교육’이 가능할 것 같아 선택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가장 보충하고 싶은 과목을 신청 받았다. ‘멘티(mentee)’들은 국어와 수학·영어·과학을 신청했다. 생각 외로 신청자가 많았다. 함께할 멘토를 모집했다. 중학생부터 고등학생·대학생과 성인까지 자원봉사를 하려는 멘토는 다양했다.

결국 멘토링 프로그램은 멘토와 멘티 모두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멘티는 자기들이 필요한 과목을 ‘1대1 과외’로 배우며 실력을 키웠고, 멘토는 멘티를 위해 공부를 하면서 동반 성장한 것이다.

멘티들은 멘토링 학습을 통해서 자신들보다 한 발 앞서 있는 ‘멘토의 꿈’을 닮고 싶어 했다. 또한 멘토의 관심과 사랑은 멘티들의 생각을 넓히고 더 큰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줬다. 그래서 멘티들은 ‘멘토의 꿈’을 좇는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멘토들은 멘티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나비효과’처럼 자신의 조그만 사랑이 큰 결실로 맺어질 수도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이 모두 사람 대한 가슴 따뜻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질이 아니라 마음으로 따뜻해지는 제주사회가 더욱 넓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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