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안전특별 조사 전국에서 시작
안전 ‘가치우산’ 함께 위한 협조 절실

 

 

인간의 욕구는 다양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생존 욕구부터 시작해 자아실현 욕구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이런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다섯 단계로 구분, 설명하고 있다.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 이론’이라는 명칭으로 유명한 이 이론에 따르면 첫 번째 단계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인간은 안전을 추구하게 되며, 다음으로 사랑과 소속 욕구, 존경욕구, 마지막으로 자아실현 욕구 순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고속·압축 성장으로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GDP 3만 달러 시대를 열어감에 따라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 단계는 충족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인 안전욕구는 과연 충족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를 비롯한 대형재난에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충북 제천 노블휘트니스 화재(사망 29명)와 경남 밀양세종병원 화재(사망 47명) 등의 발생으로 국민들은 여전히 안전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

언론사의 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이 일상생활을 하며 불안을 느끼는 유형들 중에 “20층 이상 고층건물에는 가기 싫다”, “극장에서 영화상영전에 대피요령 안내가 나오기는 하지만 실제로 불이 나면 제대로 대피가 될지 모르겠다“ 등 안전에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안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화재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방안 마련과 함께 안전을 위한 비용을 투자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기존 건축물에도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불안전 요소를 제거하고 안전시설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함께 안전 교육에도 재원을 투입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에서도 “안전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초석을 세우는 화재안전 조사, 국민과 함께 대장정을 시작합니다”라는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전국 소방관서에서 제천·밀양화재와 같은 대형화재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해 다중이용시설 등 화재위험성이 높은 건물을 대상으로 건축·소방·전기·가스전문가 합동점검반을 편성하여 금년 7월부터 2019년까지 화재위험요인에 대한 인적·물적·환경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건물별 화재위험성을 평가한다.

또한 이를 토대로 소방활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화재안전정책 수립과 인명구조·화재진압 작전 등 폭 넓게 활용할 예정이다. 우리 제주도에서도 이달 9일부터 소방·건축공무원·건축사·전기·가스·보조요원 등 22개 반 74명의 전문가 합동으로 다중이용업소등 취약건물 1만5300개소에 대한 화재안전특별조사에 돌입했다.

이번에 실시되고 있는 화재안전특별조사는 건물주등 특정인에게 부당한 부담을 주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건물 안전실태 조사를 통해 누구나가 안전한 환경 속에서 안전하고 행복한 안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국민안전 백년대계를 시작하는 것인 만큼 도민 여러분의 관심과 협조가 더욱더 필요하다

중국의 사서 중 하나인 대학(大學)의 내용 중에 “심부재언(心不在焉)이면, 시이불견(視而不見), 청이불문(聽而不聞)하며, 식이부지기미(食而不知基味)한다” 라는 구절이 있다. “관심이 없으면 보이지도 않고, 들어도 들리지도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라는 뜻다

이제 우리는 사후약방문식(死後藥方文)과 땜질처방이라는 후진적 재난관리 패러다임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안전이라는 가치우산(value umbrella)을 함께 쓰고, 안전에 대한 시설과 교육에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만이 안전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안전은 관심과 실천이다. 안전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작은 실천들이 모여질 때 행복한 제주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