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최근 제주를 방문했다. 그 이름 그대로 제주지역 시민사회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차원일 터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이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가 컸지만, 결국은 ‘역시나’로 끝나고 말았다.

이 수석은 지역의 새 이슈로 대두한 해군의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와 관련, “절차적 투명성과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제주도의회의 지적에 대해 “지금은 결론을 내려서 실행할 단계”라며 개최 장소 변경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김태석 도의장 등과 면담한 자리에서다.

이용선 수석은 관함식 개최 과정에 있어 정부 및 해군의 관리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다시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정부도 원치 않고, 이는 해군도 마찬가지”라는 해명을 늘어놨다.

이어 “10년마다 치러지는 행사이고 이왕이면 강정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는 계기로 방향을 잡았는데, 주민과 충분히 의견을 공유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국제행사이기 때문에 이제는 결론을 내려 실행해야 할 단계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접하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과연 청와대가 제대로운 보고를 받고 제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번에 불거진 문제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하다. 해군은 당초 강정마을 주민들이 반대하면 기존대로 부산에서 관함식을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마을총회 결과 ‘반대’로 결정나자, 겉으론 의견수렴을 하는 체 하며 물밑에선 일방적으로 관함식 유치 등 모든 일정을 확정하고 기정사실화 해버렸다. 이는 제주도민들을 우롱하고 기만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이, 기왕 이렇게 됐으니까 관함식을 예정대로 개최하자고 한다. 더욱이 강정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열병식’을 개최하겠다는 것은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이게 문재인 정부의 ‘실상’이라면 허탈감과 실망감이 너무 크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