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제주해군기지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촉구 결의안’ 상정을 전격 보류했다. 이 결의안은 당초 19일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해 채택하고 청와대와 국방부(해군) 등에 발송할 예정이었다.

도의회는 상정을 보류한 이유로 청와대의 적극적 의견 개진과 강정마을회 총회 개최 예정 등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주도로 결의안 채택을 호기롭게 밀어붙였던 도의회의 급작스런 ‘변심’은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의 내도 이후 일어난 변화다.

그러나 명분과 설득력이 너무 약하다. 청와대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만 해도 그렇다. 이 수석은 정부와 해군의 관리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기왕 이렇게 됐으니까 국제행사인 관함식을 예정대로 개최하자는 것이다. 마을주민과의 신뢰를 저버리고 기만한 해군의 행태에 대해선 따끔한 질책조차도 없다.

강정마을회 총회 운운한 것 또한 핑계에 불과하다. 이용선 수석과의 면담 이후 일부에서 관함식과 관련 다시 논의해보자는 의견이 제기된 것은 사실이나, 지난 3월의 마을총회 결과(관함식 반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자칫 강정주민들이 이를 둘러싸고 갈등의 소용돌이에 다시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더욱이 총회를 개최하려면 최소한 일주일의 공고가 필요하고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되어 이 수석이 요청한 ‘2~3일 내 결정’과는 거리가 멀다.

당초 도의회는 결의문을 통해 “해군은 갈등 해소 등을 주요 이유로 국제관함식 유치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오히려 강정마을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며 “해군이 제시한 지역주민과의 화합과 상생이 목적이라면 마을의 결정에 동의해 국제관함식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력 촉구했었다. 그동안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 청와대 수석의 제주방문 이후 민주당이 장악한 도의회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했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서 한 가지만 묻고 싶다. 강정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일종의 해군 열병식인 국제관함식을 개최하는 게 과연 합리적이고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든, 더불어민주당이든 제주도민들에 대한 우롱과 기만에 가까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짓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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