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정책 결정과 집행에 주민 참여가 필수다. 지역의 발전과 문제 해결은 주민과 함께 할 때 가능하다. 지방정부가 정책 및 사업 추진 시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최근 도내에서 문화 관련 대규모 사업이 공론화 과정 없이 행정의 일방 추진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그 하나는 제주시의 야외공연장 조성사업이다. 이 사업은 탑동 해변공연장에 항공소음이 심해 대체 장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한라도서관 및 제주아트센터 인근 부지에 200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업은 사전에 비공개로 논의됐다. 언론의 용역안 공개 요청에도 비공개로 일관했고, 도의회 상임위에 한 차례도 공식 보고를 하지 않았다. 지난 6월 29일 고경실 제주시장 퇴임 일에 맞춰 지난해 12월 납품된 용역안을 비로소 공개하면서 일방적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쉬쉬하면서 추진한 사업 내용은 부실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야외공연장을 연중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방안을 내놓지 않았고, 탑동 소음문제 때문에 사업을 추진했음에도 정작 용역안에는 새 공연장 부지에 대한 소음 분석이 빠졌다. 제주시는 결국 ‘야외공연장 조성사업의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혀야 했다.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추진하는 재밋섬 건물 매입도 공론화 과정이 충분치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단은 지난 5월 별다른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기본재산 활용에 대한 제주도의 승인을 얻고 4일 만에 100억원대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논란이 됐다.

도의원들은 건물 매입 과정의 법률적 절차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2차 중도금 지급을 연기하겠다”며 재밋섬 건물 매입에 제동을 걸었다.

공론화 과정을 소홀히 한 무리수로 인해 행정력 낭비는 물론 문화행정에 대한 도민 불신만 자초한 꼴이 됐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조금 더디 가더라도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빠른 길이 될 수 있다. 당국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공론화의 중요성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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