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박경훈)의 ‘재밋섬 매입’과 관련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제주도감사위원회까지 나서 감사에 착수했다. 문예재단으로선 지난달 18~22일 정기감사에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또다시 감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재밋섬 건물은 옛 아카데미영화관(제주시 중앙성당 옆)으로, 그 건물에 입주해 있는 어린이 놀이시설 이름을 따 통상 ‘재밋섬’으로 불리어 왔다. 지난해 제주문예재단은 재밋섬 건물을 매입해 재단과 예총 및 민예총사무실을 이전하고, 공공 공연연습장과 소공연장 등을 설치해서 공연예술시설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한짓골 제주아트플렛폼 조성계획’(가칭)이다.

재밋섬 매입과 관련 문예재단은 나름대로 절차도 지켰다. 올해 2월 박 이사장이 위원장인 재단 기본재산위원회는 건물 매입을 의결하고, 제주도 보고(3월)와 주민설명회(5월)에 이어 같은 달 재단이사회가 건물 매입안을 통과시켰다.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 날인 6월 14일엔 제주도의 최종 승인을 끝으로 매입에 따른 행정 절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18일 건물 매입계약을 체결하고 열흘 뒤에는 1차 중도금 10억원까지 납부한 상태다.

문제는 문예재단 법인 기금 가운데 60% 이상인 113억원을 포함해 173억원 이상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여론수렴 과정이 너무 부족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 다음 날 제주도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서도 그간의 과정에서 도의회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한다. 더욱이 ‘계약금 1원-위약금 20억원’이란 듣도 보도 못한 비상식적인 특약 조항은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제주도의회가 발끈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후 열린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제주도와 문화예술재단 등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이경용 위원장까지 나서 사업의 적정·타당성 및 건물 매입과정의 법률적 절차 문제 등을 철저하게 따지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이 위원장은 “만일 이번 계약을 원점서 재검토하게 되면 계약 위반에 대한 위약금 20억원을 재단이 내치고, 박경훈 이사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며 명확한 조사를 촉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원희룡 지사의 지시로 재밋섬 건물 2차 중도금 지급은 연기된 상태다. 또 도감사위의 감사는 27일까지 이어진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며 이로써 사태가 수습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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