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제출한 각종 조례 개정안이 처음부터 도의회의 제동에 걸려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민선 7기 원희룡 제주도정의 첫 조직개편안인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기구 설치 및 정원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에 대한 심사가 보류됐는가 하면, ‘차고지증명’ 전면 시행을 위한 조례 개정안은 부결됐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도의회가 무소속 집행부에 대해 ‘군기잡기’에 나섰다는 소리도 들린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는 지난 26일 제주도 조직개편안을 심의한 뒤 “도정 운영은 물론 도민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상임위 내 토론도 필요하다”며 심도 있는 재논의를 위해 심사를 보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도의회에 제출된 조직개편안은 제주도 본청을 현행 13국 51과에서 17국 61과로 확대 개편하고, 도의회는 3담당관에서 4담당관으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도의원들은 “도본청 위주로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제왕적 도지사’ 친위체계만 더 강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잦은 조직개편과 과도한 정원 증원, 최일선 행정을 펴는 읍면동은 홀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2019년 1월부터 ‘차고지증명’ 전면 시행을 목표로 한 조례개정안도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에서 제동이 걸렸다. 차고지증명제 제동은 이번이 세 번째로, 도의회는 당국의 준비 부족과 도민 불편을 이유로 들었다.

차고지증명제를 도 전역으로 확대하려는 것은 자동차 총량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현재 제주도에 등록된 자동차는 50만대를 넘어선 상태다. 이상봉 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 을)이 “차고지증명제 시행에 적극 공감한다”며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시기가 왔다”고 주장했지만, 같은 당 박원철 의원 등의 반대에 막혀 결국 부결됐다.

도의원들의 지적처럼 읍면동을 홀대하고 도본청 위주로 조직을 강화하거나, 차고지증명제 전면 시행에 따른 준비 부족 등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하지만 한켠에선 민선 7기 초반 무소속 집행부의 기를 꺾기 위한 민주당의 속셈이 드러났다는 말도 나온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만 터진다’는 속담이 있다. 6·13 지방선거 이후 원희룡 지사나 도의회 지도부 모두 오로지 도민들을 위한 길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다. 서로의 주장과 비판에 귀를 기울이며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찾아내는 슬기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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