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지 꼭 찾아야만 해” “인사라도 해야 그게 도리지” “암! 우리도 사람 구실을 해야지...”

지난 6일 오후 제주시 도평동에 위치한 제주 양로원 한쪽에 모였던 노인들이 잇따라 입을 모았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이날 오후 2시께 이 곳을 찾아 내의와 양말 및 수건 등 80여점을 건네주고 가버린 것이다.

이곳 노인들은 이 남성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 했으나 결국 ‘선물’만을 남기고 훌쩍 자리를 떠난 이 ‘천사’를 찾지 못했다.

최근에는 이곳에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시민이 찾아와 쌀 8포대와 기저귀 6박스를 전단한 뒤 자리를 떠 버렸다.

이 50대 남성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6차례에 거쳐 160만원 상당의 쌀과 기저귀 등 생활용품을 이곳에 전달했다고 양로원 측은 밝혔다.

최근에는 또 제주시립 희망원에도 자신의 신분을 절대로 밝힐 수 없다는 한 시민이 찾아와 110만원의 현금을 원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전달했다.

또 제주시 소재 한 보육원에는 10년 넘게 이곳에 수용돼 있는 아동들을 위해 매월 10만여 원씩의 후원금을 전달하는 시민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보육원 측은 혹시 자신들의 보육명칭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혹시 이 익명의 기탁자에게 부담이 될 것을 우려, 보육원 명칭공개초자 꺼렸다.

이밖에 보육원 생 200여명에게 6년여 동안 안경을 만들어 주면서도 자신들의 실명을 외부에 공개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봉사활동가들까지 생겨나는 등 이른바 ‘얼굴 없는 천사’들에 의한 훈훈한 인정이 보육원과 양로원 등 우리사회의 그늘진 이웃들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IMF 때 보다 더 경제가 어렵다는 요즘.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어려운 이웃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이른바 ‘얼굴 없는 천사’들이 잇따르면서 각박한 세상의 인정을 일깨우는 청량제가 되고 있는 것 있다.

제주 양로원 김부자 원장은 “전달자의 귀한 뜻이 헛되지 않도록 의미 있게 성금 및 물품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수용자들 모두 성금 및 물품을 전달한 시민에게 늘 고마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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