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무상급식은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의 대표 공약이다. 전국 최초로 무상교육을 실시한 제주에서 고교까지 포함해 무상급식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고교 무상급식은 당장 오는 2학기부터 시행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이를 위해 올해 제1회 교육비특별회계 추경예산안에 관련 사업비를 반영했다.

그러나 예산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라 졸속 추진이 우려된다. 이번 추경에는 도청 지원분 없이 교육청 예산만으로 편성됐고, 그마저도 두 달 치만 올랐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이번에 고교 무상급식 예산으로 37억원을 편성했다. 2학기 무상급식에는 총 6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머지 31억원(46%)은 제주도와 협의 중이라는 것이다. 무상급식에는 원칙적으로 제주도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절충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어찌 되겠지” “도청이 지원 안하고 배기겠나”하는 심산으로 읽힌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이렇게 미덥지 못하게 사업을 추진해도 되나 싶다. 이 교육감이 ‘공약 지키기’에 급급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당장 도의회 예결위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27일 추경안 심사에서 김황국 의원은 “도청과 협의가 아직 안 됐다면 이번 도교육청 예산을 삭감해서 내년부터 무상급식을 하던지, 교육청 예산으로 자체 편성을 하던지 했어야 했다”며 “두 달분만 올려놓은 것은 아이들에게 밥 주겠다고 해놓고 라면 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교육청의 무책임을 지적이다.

정민구 의원은 “2학기 분은 예결위에서 편법을 써서 만들 수 있지만 내년엔 더 힘들어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임상필 의원은 “도청과 협의를 진행하다 잘 안 되면 의회에라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교육청의 소극적인 태도를 질타했다.

고교 무상급식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반쪽 예산’ 해결이 시급하다. 이는 결국 이 교육감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지사와 만나 담판을 짓든 하루 빨리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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