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첨단지능형 교통시스템 운용
하드웨어 최고지만 교통문화지수 ‘꼴찌’
‘도시숲에 주차장’ 행정 인식도 문제

노상·야간주차 책임지는 정책은 지양
원인 제공자 교통유발부담금도 고려해야
교통정책 입안자 미래 보는 혜안 필요

 

 

소크라테스가 인용한 그리스 델포이 신전 기둥에 새겨진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터무니 없이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제주는 화산섬으로서 오름 등 지질뿐만 아니라 사투리 등 독특한 문화까지 훌륭한 자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역 특유의 체면문화로 인해 이를 잘 포장해서 내놓는 데는 다소 약한 것 같다.

제주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자랑할 것이 많은데 그 중 하나는 첨단 지능형 교통체계다. 2002년 국토부의 모델사업으로 도입한 ITS(지능형교통체계) 사업에서는 당시로선 세계 최고의 교통신호 연동시스템이 구축됐다. 이 시스템은 이탈리아 토리노, 일본 나고야 등 몇 차례의 국제대회에 전시되었고, 콜롬비아와 파라과이, 몽골 등에 수출되면서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지금도 시간대별, 도로별 적정 속도로 주행을 하면 녹색신호가 척척 켜지는 연동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다 버스 정보시스템까지 더해졌다. 일반 차량과 버스 운행 정보를 상호 주고받고, 일부 통신사 휴대 전화기의 움직임을 교통정보로 활용하면서 모든 도로의 통행시간은 물론 최적의 길을 안내하고 버스의 도착 시간을 안내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실시간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제주에서 운영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드웨어적인 시스템은 잘 갖추어져 있지만 자동차 급증에 운전대만 잡으면 조급해지는 도민들로 인해 2003년 전국 1위를 기록했던 제주 교통문화 지수는 근래 꼴찌 수준으로 떨어졌다. 교통 전문가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최근에는 제주시가 주민들 요구로 도심의 공원지구 도시 숲을 주차장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다 환경단체 반대로 사업 취소 결정을 했다. 이를 보고 행정이 도시계획을 할 때 미래 도시의 재생기능을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제는 차가 밀린다고 도로를 만들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도를 만들어 차량을 줄여 나가는 도로 재디자인 정책이 필요하다. 차선을 늘려도 도로가 한산해지면 금방 차들이 몰리면서 몇 달 안 되어 혼잡도는 예전과 같아지고 결과적으로 자동차 수만 증가하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

주차 수요 또한 해당 시설의 부설주차장에서 흡수토록 하고 인근 주민들의 노상주차 또는 박차(야간주차)를 행정이 책임지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제주도의 주차장 확보율은 97%로 문제없어 보이지만 코앞 주차 행태로 노상주차가 일상화 되고, 유료 주차장 이용에는 인색한 현실에서 야간의 박차를 위한 주차장은 일정 거리를 두어 한산한 지역에 조성해 주변 도로의 혼잡도를 줄여야 한다.

원래 노외 또는 노상 주차장은 주변에서 발생하는 우발적 주차 수요를 위한 공간으로 공공예산도 이에 맞추어 투자하고, 공공주차장 유료화와 더불어 대중교통 이용자나 카풀족을 위한 거점 주차장 조성 및 노상주차 단속을 강화해 한다.

특히 교통유발부담금 부과 정책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도로 혼잡의 원인 제공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제도로서 교통 유발계수에 따라 차등 부과되는데 단순히 혼잡비용 징수뿐만 아니라 교통 유발시설의 사업주는 주변의 교통개선 사업이나 부설주차장 개방 등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여러 가지 부담금 감면 노력을 함으로 도로 혼잡도 완화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도시에서는 1990년부터 도입되어 교통개선 사업비로 충당하고 있는 이 교통유발부담금 제도를 제주에서는 도입을 미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자통신 및 자동차 제조업 강국이지만 차량 10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선진국의 5배에 이르는 교통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특히 교통사고 사망자의 절반 가까이가 어린이 등 교통약자다.

이제는 교통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제주의 조냥 정신을 베이스로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비아냥의 ‘개매 마씀’ 문화를 이제는 양보와 배려의 사회현상으로 승화시켜 나아가야 할 때다.

도심 숲을 밀어서 주차장을 만드는 정책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교통정책 입안자나 교통 운영자 및 이용자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미래를 내다보는 그림을 그려 나간다면 제주 교통문화지수는 분명 향상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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