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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캠코더 人事’와 진보의 ‘위선’
데스크 승인 2018년 08월 06일 (월) 主 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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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長·감사 131명 ‘코드 인사’
박근혜 정부보다 훨씬 많아
전문성 없는 ‘親文 낙하산’ 대다수

그렇게 비판하더니 ‘내로남불’ 전형
집권여당 좀 더 겸손해져야
공지영 “진보의 탈 쓴 僞善 경계를”

 

지난주 조선일보가 ‘캠코더 인사’에 대한 기획기사를 심층적으로 게재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장 203명 중 91명(45%)이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로 나타났다는 것. 상임감사 자리도 49명 중 40명(82%)에 달했다. 이 신문은 ‘공공기관 알리오’ 등을 통해 338개 공공기관(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등)의 임원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10일 취임 이후 현재까지 214개 공공기관에 총 252명을 기관장 및 상임감사로 임명했다. 이 가운데 13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거나 지난 대선(大選)에서 문재인 후보 자문단 및 싱크탱크 등 캠프 관계자, 노무현 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지낸 인사로 집계됐다.

가장 대표적인 게 국민 노후(老後) 자금 600조원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이다. 이 공단 이사장엔 민주당 초선 의원 출신 김성주 전 의원이 임명됐다. 또 2인자격인 상임감사는 이춘구 전 KBS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을 임명했다. 전문성 등 해당 기관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낙하산(落下傘) 인사’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 패턴을 보면 기관장 자리엔 전직 국회의원 등 중량감 있는 인사를, 억대 연봉을 받지만 주목도가 덜해 ‘낙하산의 꽃’으로 불리는 상임감사 자리엔 주로 선거 승리에 기여한 공신(功臣)들이 임명됐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는 5명의 상근 임원이 임명됐는데 그중 3명이 ‘캠코더’였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등 현 여권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공기관 인사를 ‘정피아(정치+마피아)’ 혹은 ‘박피아(박근혜+마피아)’라고 강력 비난했었다. 특히 민병두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2014년 10월 ‘공공기관 친박(親朴) 인명사전’까지 발표한 바 있다.

민 의원에 의하면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7개월 동안 공공기관장에 임명된 인사가 60명, 감사는 26명으로 모두 86명에 달한다는 것. 민 의원은 “낙하산 임명 관행은 없을 것이라고 공약했던 박 대통령이 국민을 기만했다”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낙하산 인사는 그동안 민주당이 ‘이명박근혜 정권’을 비판한 단골 소재였다. 이명박 정부 때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 다 해먹었고, 박근혜 정부 때는 ‘서수남(서울대-교수-영남)’이 다 해먹었다는 식이다. 특히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대한적십자사 총재에 선출되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의 끝판왕이자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그런데 이번 보도 결과를 보면 박근혜 정부에 비해 문재인 정부가 한 수 위다. 박근혜 정부 19개월(총 86명)보다 문재인 정부 14개월(131명) 동안 공공기관장 및 감사에 대한 인사가 더 많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前) 정권의 인사를 적폐(積幣)로 규정해 거세게 몰아붙였던 현 여권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물론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하는 한국 정치(대통령 선거) 현실상 ‘코드 인사’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염치가 있어야 한다. 이 같은 비판에 민주당 등 여권은 ‘적재적소 인사’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으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인사는 만사(萬事)의 기본으로, 이게 어긋나면 자칫 망사(亡事)가 될 수도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휘청이는 것은 단적인 예다. 이제 국민들도 알만한 것은 다 아는 시대다. 집권층은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보다 겸손해져야 한다. 민주당 차기 대표에 출마한 어떤 인사는 ‘20년 집권(執權)’을 부르짖고 있다. 거창한 꿈을 꾸는 것은 자유이나, 이렇게 기고만장해서는 한방에 ‘훅’ 갈 수도 있다.

소설가 공지영씨가 신작 소설 ‘해리’ 출간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쓴소리를 남겼다. “앞으로 우리가 싸워야 할 악(惡)은 민주주의와 진보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선(僞善)을 행하는 무리”라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 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해 나온 것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공지영 작가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지나가면 “벌거벗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방관과 체념이 아니라 그런 용기가 있어야만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해 질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제주매일 主 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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