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이 설립된 것은 지난 2001년이었다. 약한 도세에도 불구하고 경기와 강원도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다. 그 후 17년이 흐른 지금, 제주문예재단은 연간 140억원의 문화예술지원 사업을 수행하는 메머드 기관으로 급성장했다.

재단은 올해 예술창작과 생활문화 등 모두 9개 부문에 138억2700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이는 제주도가 수행해야 할 문화지원사무 중 일부를 재단이 공기관 대행사업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단의 직원은 71명이며, 연간 인건비만 2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대폭 커진 권한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그와는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게 문화예술계 주변의 이야기다. 여기엔 ‘그들만의 리그’로 통용되는 재단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제주문예재단은 운영 조례에 따라 이사회 심의와 제주도지사의 승인을 거쳐 사업을 추진한다. 도지사의 승인을 제외하고는 이사회가 사실상 모든 결정권을 갖는다. 관련 조례를 도의원들이 얼마나 엉터리로 심사했는지는 몰라도, 연간 15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집행하면서 도의회에 보고하는 절차조차 없다. 그러다보니 몇몇 사람(이사장과 이사)이 재단을 좌지우지하는 격이 됐다.

올해는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이사들의 의견이라고 하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사회가 회의록 비공개를 결정한 상반기 심의 안건 가운데는 최근 거센 논란이 불거진 ‘재밋섬 건물 매입’ 건도 포함됐다고 한다.

앞서 제주문예재단은 173억원에 달하는 건물 매입을 추진하면서 한 차례의 의견 수렴회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내부 관계자들의 소통만으로 통 큰 결정을 내렸다. ‘계약금 1원-위약금 20억원’이란 비상식적인 특약 조항도 그래서 나왔다. 투명성을 배제한 밀실에서의 그들만의 섣부른 논의가 결국 큰 화를 자초한 꼴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도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를 통해 나올 것이다. 또한 도의회가 감독기능 강화를 골자로 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니 이 역시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문예재단 내부부터 먼저 변해야 한다. 현재의 조직은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방만할 정도다. 스스로가 변화하지 않으면 조직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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