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비자림로는 전국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길이다. 그 중심엔 길 양옆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아름드리 삼나무가 있었다. 최근 비자림로 확·포장을 이유로 삼나무가 무차별적으로 벌채되면서 환경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이달 2일부터 동부지역의 교통량 해소를 위해 대천~송당 간 2.94㎞ 구간에 대해 확·포장공사를 시작했다. 도는 비자림로를 경유해 번영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날로 증가함에 따라 도로 확장공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지난 2015년 5월 영산강유역환경청과 소규모 영향평가 협의도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나무 벌채와 관련해서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시 오름 및 삼나무림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일부 도로 노선을 조정했다”며 “삼나무가 훼손되는 구간에는 편백나무 등을 식재해 도로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 될 수 있게 설계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공사가 시작되면서 하루에 벌채되는 삼나무는 100여 그루에 달한다고 한다. 계획대로라면 모두 2400여 그루의 삼나무가 베어내어질 예정이다. 베어낸 곳에는 다른 나무를 식재한다지만 비자림로 ‘삼나무숲의 정취’는 결국 사라질 판이다.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교통량 해소를 위해 도로를 확장하는 것만이 능사인가. 그동안 우리는 길이 하나 뚫릴 때마다 교통난 해소는커녕 오히려 정체가 가속화되는 것을 경험했다. ‘파괴’를 동반한 개발을 행정은 언제까지 계속할 셈인가. 왜 제주의 고유한 멋을 살리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가.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비자림로 확·포장공사로 삼나무숲 가로수길이 무차별적으로 훼손되고 있다”며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사업의 실효성 문제 △상위 계획을 반영하지 않은 성급한 확장사업 △대안도 고려하지 않은 숲길 훼손 △제주도 미래비전의 철학과 환경성을 외면한 정책 등의 4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에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의 주장도 적극 반박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이 사업 시행으로 주변 오름 파괴와 경관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사업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재검토해라고 주문했다”며 도가 이를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통편의를 위해 비자림로 삼나무숲을 훼손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여겨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손실은 제주의 미래비전을 저버린 ‘근시안적 행정’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