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추진 중인 비자림로 확장사업이 결국 찬·반 논란으로 비화됐다. 환경단체 등이 아름드리 삼나무 대거 벌채를 놓고 무분별한 환경파괴라며 반대에 나선 반면, 지역주민들은 지난 10년간의 숙원사업임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발단은 최근 대천~송당 구간(2.94㎞) 비자림로를 왕복 2차로에서 4차로로 넓히는 확포장 공사를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원래 이 공사는 지난 2013년 5월에 수립한 제2차 제주도 도로정비기본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설명도 없이 비자림로의 명물인 삼나무숲을 마구 베어내면서 사단이 발생했다. 공사 과정에서 지금까지 삼나무 300여 그루가 잘려 나갔고, 앞으로도 2000여 그루 이상을 베어내야 한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고 자연경관을 마구 훼손하는 무리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비자림로 공사 백지화를 촉구하는 서명이 하루만에 1만여건을 훌쩍 넘어섰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비자림로이기에 이런 반응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환경훼손 논란이 일자 제주도는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그러나 이번엔 지역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무려 10년 동안 기다렸던 숙원사업이고 토지 보상도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주민의견 수렴도 없이 하루아침에 공사를 중단하는 게 말이 될법한 일이냐고 거세게 항변했다.

성산읍이 지역구인 고용호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성산항으로 유통되는 물량이 엄청나다. 대형차량이 쉴 새 없이 통행하고 있는데 도로가 좁아 사고 위험이 큰 만큼 반드시 도로를 넓혀야 한다”며 “잘리는 삼나무도 극히 일부분이다. 숲 전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도로확장 후 조경을 잘해서 명품도로를 다시 만들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찬반 논란을 보며 뚜렷한 철학 없이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행정의 행태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비자림로 확포장도 사전에 사업설명회를 통해 저간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협조를 구했으면 이 같은 소동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제주시가 일도지구 내 아파트 밀집지역의 주차난 해결을 위해 그 일대 도시 숲을 베어내 공영주차장 조성을 추진하다가 반대 여론에 밀려 황급히 철회한 것도 바로 이런 경우다. 비자림로 확장도 마찬가지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어리석음’을 왜 자꾸 되풀이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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