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9시경 손모(61)씨가 제주시 아라동 6층 높이의 건물에서 ‘고공(高空)시위’를 벌였다. 손씨는 이날 건물 난간에 매달린 채 “밀린 임금을 달라”고 외쳤다. 해당 건물의 골조공사를 맡아서 했지만 외벽 공사대금 등 55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건축주가 일단 대금 일부를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고공시위는 10여 시간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체불임금을 받으려고 고공시위까지 벌여야 하는 세태가 우리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가 파악한 올해 6월말 기준 도내 체불금액은 8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체불금액보다 7억원 가량이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기준 체불금액 152억2600만원 중 절반 가량(73억3800만원)이 건설업이었다. 2016년 33억4900만원과 비교하면 1년 새 2배나 증가한 것이다.

체불 사유는 대다수가 경영악화였다. 호황을 누렸던 건설경기 거품이 빠진 탓이다. 제주도는 지난 2016년 부동산과 건설경기 호황 등으로 실질 건설투자 및 실질 설비투자 증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그러나 2017년 들어 부동산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건설업 자체가 깊은 침체기에 빠진 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도내 체불임금 사업장은 올해 1039곳으로 지난해 708곳보다 331곳이 더 증가했다. 접수건수도 1791건으로 전년 1078건보다 대폭 늘었다. 고용노동부에 신고하지 않은 액수까지 포함하면 체불임금 총액과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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