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시행위한 공사 내년부터
도민 이해·동의 선결과제지만
사전 절차는 주민설명회가 전부

사업 결정 이후 명분 쌓기 불과
정책 궁극적 목적 공익가치 극대화
도민선호 핵심 기준 ‘속도전’ 지양

 

제주형 대중교통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주도가 제주국립박물관에서 노형 월산까지, 아라동에서 제주대병원까지 10.6km 구간에 대해 추가적으로 버스 중앙차로제를 추진키로 하면서다. 지난해 일부 구간에 버스 중앙차로제가 첫 도입되면서 버스 통행시간이 짧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도로 폭이 좁은 지역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까지 이를 추가 시행해야 하는지,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행차로 한가운데에 버스정류장을 새로 만들어야 해서 공사비가 만만찮다. 버스 중앙차로제 도입으로 U턴도 불가능해 좌회전하려면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 또 버스 이외에 택시나 수송용 차량의 중앙차로 이용으로 교통흐름이 끊긴다.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차량으로 인한 안전사고의 우려도 높다. 좁은 도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의 입장은 다르다. 도는 중앙차로제가 확대 시행되면 버스운행 시간을 지킬 수 있고, 신속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러시아워 시간대 정체현상 시간이 단축된다는 주장이다.

버스 운행속도를 높여 대중교통 활성화를 꾀하고, 궁극적으로 자가 운전자를 줄여 교통난을 해소해 나겠다는 도정의 대중교통 정책은 환영한다. 도민 행복과 지역 미래와 직결된 공공 문제 해결을 위해 교통정책 의제를 우선적으로 선택한 점은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도정 정책 추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의 이해와 동의’이다. 도정이 도민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만들고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이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더욱이 도민 개개인의 삶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속도가 아니라 엄격하고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는 정책 추진을 위해 9월까지 버스 중앙차로 설치공사 기본 및 실시계획 용역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관련 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정책 추진을 위한 로드맵이 만들어진 셈이다. 공사 구간에 해당하는 10개 동지역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버스 중앙차로제의 확대 시행은 찬성과 반대가 대립하는 의견으로 갈등구조와 여러 가지 문제가 깔려 있다. 도민의 이해와 동의를 위한 절차가 주민설명회가 전부여서 아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형 대중교통 정책추진을 위한 도민의 이해와 동의는 정책 구상과 결정, 정책 실행과 평가 전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도민의 참여와 지지를 받는다. 또 대중교통 정책 추진의 의미와 내용을 제대로 알려야 신뢰를 얻는다. 행정은 도민의 상충하는 의견을 끈질기게 조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행정 책임자들의 도민과의 소통이 강조된다. 더욱이 정책 결정 이후에 이뤄지는 주민설명회는 사업 추진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 일의 순서와 내용, 정도가 잘못됐다.

근래 제주도 당국이 추진하는 정책마다 거센 반대에 부딪혀 지연되거나 백지화하고 있다. 이는 정책이 지닌 갈등적 요소를 간과하고 추진한 때문이다. 정책은 본질적으로 갈등을 지니고 있다. 정책 추진을 위한 갈등의 해결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이해당사자들의 이해와 동의가 없으면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외국인 영리병원 도입 등 일련의 갈등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문제가 아니다. 어찌 보면 도정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부재에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정보, 의견 등을 나눠 갖는 ‘공유’를 통해 서로가 동질화되어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버스 중앙차로제 확대와 관련해 다수의 도민들이 정보나 내용을 익히 알고 있고, 정책 추진을 동의하고 지지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여러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공공과 공익의 가치 극대화에 있다. 공공과 공익의 가치는 도민의 선호가 핵심적 기준이다. 따라서 좋은 정책은 도정이 하려는 것이 아니라 도민이 좋아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또 이들의 이해와 동의를 기반으로 할 때 가능하다.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민주주의는 국민의 동의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버스 중앙차로제 확대 시행은 충분히 도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했는가? 행정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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