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부분 의료서비스 私有독점
의료수가는 정부가 결정 공공성 유지
선진국 비해 가격 낮아 서민들 혜택

영리병원 개설시 서비스 가격 파괴
의료비 공공 독점 무너뜨릴 가능성
개인 의료비 증감이 판단 기준돼야

 

요즘 도내에서 중국계 자본이 투자되는 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 형태는 법률적으로는 공공 독점이 아니다. 이미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는 사유 독점돼 있다. 의료서비스가 사유 독점으로 변하면 국가 차원의 가격통제가 존재하지 않으며, 소비자는 공급자인 의료기관이 정하는 대로 의료서비스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의료서비스 가격 문제는 소비자인 국민 개개인에게는 중대한 문제다. 돈이 없다는 한 가지 이유로 병이 나도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은 국가의 국민생명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의료서비스는 공공 독점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대부분 국가는 이러한 의료서비스 수가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의료서비스를 공공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나나라 대부분 의료서비스는 사유 독점 형태로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비가 모자라서 환자가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 왜냐하면 의료서비스 가격이 선진국에 비하여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사유독점하고 있는 의료 서비스 공급자가 의료서비스 가격을 결정하지 않고 정부가 가격결정을 공공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세계 공공의료기관이 탐내는 의료시스템 제도이며, 최강국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도 도입하고 싶어 했던 국민 의료보험급여 규정이다. 의료기관은 대부분 사유 독점돼 있지만 의료서비스 가격은 공공기관인 심사평가원에서 독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서비스 공급자는 사유 독점돼 있지만 의료서비스 가격은 공공 독점돼 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우리나라 의료서비스는 공공 독점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영리병원 개설 여부는 이 같이 공공 독점된 의료서비스 가격을 파괴하는 일인지 아닌 지를 매우 심각하게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다. 비영리병원의 영리화가 이 문제를 건드릴 조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제주도 영리병원 개설은 절대로 승인해서는 안 된다. 제주도에서 시작한 지역내 의료서비스 가격 공공 독점 시스템의 파괴가 현재 국가가 의료비를 공공 독점하고 있는 전국 공공의료 형태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단순히 환자만 치료하는 의사이므로 의료행정이나 의료정책에 대하여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런 연유로 제주도 영리병원 개설에 대한 찬·반 의견 모두 이론적 근거가 합당 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의료인이 아니라 일반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생기면 제주도민이 지금보다 더 저렴하게 더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다. 만일 영리병원 개설 후 제주도민이 현재 국가가 시행하는 의료비 공공독점 시스템보다 더 나은 혜택을 받는다는 확실한 설명이 없다면 나는 의료인이지만 제주도 영리병원 개설을 절대로 반대한다.

우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만 발전이 될 것 같지도 않고, 알지도 못한다면 그러한 위험을 감수 할 필요가 없다. 제주도 영리병원 개설에 찬성하시는 분들이 우리 제주도민에게 확실하게 설명해 주어야 하고, 도민들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영리병원을 하면 기존 의료서비스에 비해 무엇이 더 좋아지는지? 제주 지역경제 활성화, 지방정부 재정 자립도 향상, 국가경제 발전 그리고 일자리 증가 등등 그런 미래 이야기는 그만 하자. 도민들이 당장 궁금한 것은 도내에 영리병원이 개설되면 개인 의료비를 더 내야 하는지 더 적게 낼 수 있는 지다.

“나한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영웅도 장미빛 미래도 아니다. 내가 있는 현재가 행복해 지기를 바란다.” 내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전 대통령 레이건 부인인 낸시 여사가 한 말이다. 낸시 여사는 레이건 대통령 장례식 때보다 더 많은 국민이 애도했던 미국 역사상 최고의 퍼스트 레이디라고 한다. 영리병원 개설에 대한 논란의 와중에 낸시 여사의 이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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