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해양경찰청이 제주 파력(波力)시험장 해저케이블 등의 관급공사에서 불법 낙찰을 받은 혐의로 A건설사 대표 김모(7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 사업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발주한 70억원대 규모의 공사다.

A건설사의 불법 입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인 김씨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하나의 회사를 3개로 쪼개 개별회사인 것처럼 속여 관급공사 낙찰 확률을 높여왔다. 이런 수법으로 낙찰 받은 공사만 무려 27건 470억원에 이른다. 여기엔 2017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발주한 제주 파력시험장 해저케이블 공사도 포함됐다.

김씨의 불·탈법 행태는 그 도(度)를 넘어섰다. 그동안 임모(55)씨 등 업종별 기술자 43명으로부터 연간 150만원에서 800만원 상당의 돈을 주고 경력증과 자격증을 빌려 마치 기술자를 보유한 것처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자격증을 빌려준 기술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한 뒤, 이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약 2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같은 불법 관행은 비단 김씨 혼자에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해양과 육상을 막론하고 관급공사 전반에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결국 법을 준수하는 성실한 업자는 피해를 보는 반면 불·탈법을 일삼는 업자들만 이득을 보는 구조가 암암리에 고착화됐다.

그 저변엔 겉으로는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실제론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관련당국의 잘못된 행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 경우만 하더라도 해경이 대대적인 발표까지 하고 나섰으나 정작 불법 당사자는 불구속 입건에 그쳤다.

해경 관계자는 “이 같은 범죄는 전자입찰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앞으로 해양·항만공사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미덥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불법관행을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리지 않는 한, 관급공사를 둘러싼 불·탈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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