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제19호 태풍 ‘솔릭’ 부실 대응 논란

▲ 23일 오전 태풍 솔릭의 영향력이 강해지자 제주도교육청이 도내 모든 학교에 휴업조치 명령을 내렸다. 사진은 장전초등학교 정문. 문정임 기자

이미 아이들 태풍 뚫고 등교 중인데
도교육청 8시30분 교육감 주재 회의
9시30분 휴업조치 명령 공문 발송
세화중은 전교생 190명중 148명 등교

제19호 태풍 ‘솔릭’이 23일 제주 전역을 강타한 가운데, 제주도교육청의 낮은 재난 대응력이 비판을 사고 있다. 빈틈없는 상황 대비로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야 할 교육당국이 오히려 일선학교와 각 가정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23일 오전, 태풍 솔릭이 예상과 달리 등교시간에 강한 비바람을 뿌리면서 학교와 학부모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전날 일찌감치 휴업을 결정한 18개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들은 등교시간 조정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이른 아침부터 내부 회의를 통해 학사 조정 방향을 고심했다. 그 시각, 학교 학사일정을 게시하는 도교육청 홈페이지는 접속량 증가로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고, 각 학교 교무실에는 등교 여부를 묻는 전화와 항의가 잇따랐다.

휴업을 결정한 학교가 전날인 22일 18개교에서 23일 오전 8시 41개교, 오전 9시 56개교로 급격히 늘어난 것에서도 이날 오전 학교들의 긴급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도교육청이 휴업조치 명령을 내린 것은 오전 9시30분경으로 상당수 학생들이 등교 중이거나 등교를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마저도 오전 9시30분 ‘휴업조치 명령’ 공문 발송에 앞서, 30분 전 ‘휴업 권고’로 문자를 보내 이미 여러 학교들은 학부모들에게 휴업이 아닌 등교를 알린 상태였다.

또 다른 일부 학교들은 이날 등교 시간을 9시30분이나 10시로 미리 통보했기 때문에 도교육청이 휴업조치 명령을 발동할 당시 이미 교실에 앉아있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23일 도내 모든 학교가 도교육청의 명령에 따라 강제 휴업에 들어가야 했음에도 한림공고, 세화중, 도련초, 백록초, 하귀일초, 하귀초 등 일부 학교는 등교한 학생이 많아 임시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세화중의 경우 전교생 190명 중 148명이 등교했고, 하귀일초 교사들은 태풍 속에서 2시간 동안 정문과 후문의 건널목에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아야 했다.

일부 학교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등교 중인 시간에 휴업조치 명령이 내려와 어쩔 수 없이 점심까지 먹여 보냈다”며 “"통보가 일찍 왔으면 아이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오늘 하루를 보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날 제주도교육청은 오전 8시께 긴급 상황 회의를 시작했지만, 이석문 교육감이 도착한 오전 8시30분부터 휴업 여부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학부모들은 “날씨는 심상치 않은데 오전 9시가 다 되도록 학교에서 결정을 못 해 학부모회 임원들이 서둘러 주도록 종용하기도 했다”며 “맞벌이 부모들은 출근도 못 하고 전화기만 바라봤다. 전날 미리 휴업을 권고한 타 지역에 비하면 제주도 교육당국의 대응은 느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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