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 끊겨 시설 개점휴업
지역경제 파급효과 적다고해도
관련 시설 가동 및 일자리 감안해야

시장 다변화 노력 불구 성과 제한적
중국시장 대체 수요 많지 않은 상황
제주포럼서 정상화 계기 마련했으면

 

중국의 힘이 세긴 세다. 세계 최강 미국과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며 맞짱을 떠보겠다는 나라가 중국이다.

무역은 물론 관광 부문에서도 ‘차이나 파워’는 대단하다. 중국 관광객이 가느냐 안 가느냐에 한 나라 관광산업의 호불황이 좌지우지될 정도다. 이는 사드 보복 때 우리나라가 익히 경험한 바다. 방한 금지령으로 자국민 여행 통제가 가능한 거대국가의 횡포를 우리는 봤다.

요즘 제주 크루즈산업을 보면서 새삼 중국의 힘을 느낀다. 최근 5년간 제주를 찾은 크루즈 관광객은 299만7445명이다. 이 가운데 중국인 비중은 93%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크루즈 관광객 방한을 끊자 제주 크루즈관광 산업은 초토화됐다. 사드 보복이 풀려 중국 단체관광객 방한은 재개됐지만 크루즈관광에서 사드보복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올해 중국발 크루즈선의 제주 입항은 전무했다. 사드 보복이 시작된 지난해 3월 중순 이후 중국인 크루즈관광객의 제주 방문은 사실상 끊겼다. 이로 인해 크루즈 관련 시설은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사업비 약 400억원을 들여 건립한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크루즈터미널)은 개장(2015년 7월) 후 2년도 안 돼 거의 파리만 날리고 있다.

또 제주관광공사가 약 100억원을 들여 지난해 7월 준공 승인을 받은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 출국장면세점은 아직 개점도 못했다. 면세점은 크루즈 기항 제기 시점에 맞춰 운영한다는 계획이지만 기약하기 힘든 상태다.

무빙워크 등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지난 5월 준공한 강정마을 민군복합형관광미항 내 서귀포크루즈터미널도 손님이 없이 아직 개장조차 못하고 있다. 이 시설에는 사업비 600억원이 투입됐다.

제주도는 당초 올해 ‘제주크루즈관광 1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사드 보복에 공염불이 돼버렸다. 당국은 시장 다변화로 크루즈관광의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성과가 아직까지는 기대 이하다. 일본과 월드와이드 크루즈선 유치 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 비하면 턱없이 작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제주를 찾은 크루즈 관광객은 9215명에 그쳤다. 2016년 연간 제주 크루즈 관광객이 120만9106명임을 감안하면 이는 미미한 수준이다. 당장 중국을 대체할 크루즈시장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크루즈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크루즈 시장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2013년 전 세계 크루즈 시장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5.7%까지 성장했다.

이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무관치 않다. 크루즈 시장에서 중국인들이 주요 고객으로 대두되고 있다. 시장 다변화는 필요하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발 크루즈선의 한국 방문이 재개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노력해야 한다. 하루 빨리 해결책이 마련돼 도내 크루즈관광 업계가 시름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그동안 크루즈관광은 ‘기항 시간이 짧아 경제적 파급효과가 적고, 대기업 면세점 배만 채워준다’는 등의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관련 시설 가동과 일자리 등을 감안하면 크루즈산업 침체를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다. 크루즈관광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아시아 크루즈 산업의 새로운 도약과 성장방안 모색을 위한 제6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이 오는 28일 개막한다. 제주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이번 크루즈포럼은 ‘아시아 크루즈, 세계를 향하여’를 주제로 28일부터 4일간의 일정으로 제주신화월드에서 개최된다.

올해 포럼에는 글로벌 크루즈선사,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크루즈 관련업계 관계자, 학계, 도내 관련 사업체 등 17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또한 대만 기륭, 일본 오키나와, 제주도 삼자간 신규항로 개설 및 협력을 위한 논의도 진행, 크루즈 시장다변화를 위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번 포럼을 통해 제주가 아시아 크루즈 산업의 새로운 도약과 성장을 선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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