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태풍 ‘솔릭’이 제주 전역을 강타하며 곳곳에 생채기를 남겼다. 인간의 힘으론 막을 수 없는 자연현상이기에, 현재로선 충분한 대비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능사다. 그런데 태풍이 지나간 후 도교육청의 부실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휴업 등과 관련 늑장 대응으로 대혼란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솔릭’의 직접영향권에 든 23일의 경우를 보자. 예상과 달리 태풍이 등교시간에 강한 비바람을 뿌리며 덮치자 학교와 학부모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대혼란에 빠졌다. 전날 일찌감치 휴업을 결정한 18개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들은 허둥댔다. 이른 아침부터 내부회의를 하며 학교 학사일정을 게시하는 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연결이 여의치 않았다.

이날 제주도교육청은 오전 8시께 긴급 상황에 따른 회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휴업 여부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은 이석문 교육감이 교육청에 도착한 오전 8시30분부터였다. 그리고 1시간이 흐른 뒤인 오전 9시30분경 ‘휴업조치 명령’을 내렸다. 그 시간 상당수의 학생들은 등교 중이었다. 휴업조치 명령 30분 전인 9시경 도교육청이 ‘휴업 권고’ 문자를 발송하면서, 이미 여러 학교들이 학부모들에게 휴업이 아닌 등교를 알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 명령에 의해 도내 모든 학교가 강제 휴업에 들어가야 했음에도, 많은 학생들이 등교한 일부 학교에선 임시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일례로 세화중학교는 전교생 190명 중 148명이 이미 등교한 상태였다. 또 하귀일초 교사들은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태풍 속에서 2시간동안 정문과 후문의 건널목에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아야 했다.

이번 ‘휴업조치 명령’은 학생들이 등교 중인 시간에 내려졌다. 도교육청이 조금만 더 서둘렀어도, 이석문 교육감이 태풍이란 비상 상황을 감안해 좀 더 일찍 나와서 신속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이 같은 혼선과 혼란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감이 도교육청에 도착한 시간은 평시와 다름없는 8시30분이었다.

태풍 ‘솔릭’은 아무런 예고 없이 덮친 것이 아니다. 태풍의 경로는 시시각각 TV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원희룡 도지사를 필두로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간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학생들 피해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거센 태풍을 뚫고 등교를 하다가 큰 사고라도 당했다면 어찌할 뻔 했는가. 도교육청의 ‘안전 불감증’을 탓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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