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면세점들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 겉으론 면세점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으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속 빈 강정’ 꼴이다.

제주세관에 의하면 올 상반기 제주도내 보세판매장(시내면세점 및 출국장면세점) 매출액은 78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나 급증했다. ‘사드 보복’ 조치의 일환인 금한령(禁韓令)으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대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매출은 증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이면엔 ‘다이공(代工)’으로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면세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자국으로 돌아가 되파는 역할을 한다. 규모도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 단위로 팀을 이루는 등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다이공들은 수수료를 더 받기 위해서 대형여행사에 일정 금액을 주고 코드를 받아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면세점들이 다이공에게 제공하는 수수료가 양성화된 탓이다. 여행사로서도 별다른 수고 없이 적지 않은 이득을 취할 수 있기에 이 같은 행태가 만연한 상태다.

그동안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주요 면세점들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遊客)을 데리고 오는 가이드나 여행사한테 판매금액의 10% 정도의 뒷돈을 제공했었다. 그러나 유커 급감으로 면세점 매출이 떨어지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이공들에게 더 많은 뒷돈을 지불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금도 면세점별 수수료 차이는 있으나 최고 35%까지 수수료를 지급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면세점 업계의 수익성 악화다. 지금으로선 매출을 올려주는 다이공이 고마운 존재지만, 관광객이 아닌 보따리상이 면세점의 주요 고객으로 굳어지게 되면 수익성은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품질이 좋은 진짜 제품을 면세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이공들이 이를 대신함으로써 한국쇼핑 관광수요가 줄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작금과 같은 상황은 ‘재주는 곰(면세점)이 부리고 돈은 중국인이 가져간다’는 옛말과 거의 흡사하다. 언제까지 이런 기형적인 행태가 계속될 것인지 현재로선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다이공 딜레마’에 빠진 도내 면세점들이 어떻게 활로를 개척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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