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수형인들의 재심(再審) 청구가 결국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백발노인이 된 이들의 ‘한(恨)’이 70년 만에 속시원하게 풀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3일 “재심 대상 판결들에 대해 각 재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재심 청구인들을 수형자의 신분으로 수감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유권적인 결정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해보면, ‘사법기관 판단’이 있었고 재심 청구인들이 교도소에 구금됐다고 인정된다”며 재심 개시 이유를 들었다.

특히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에 대한 불법구금 내지 가혹행위는 구(舊) 형법이 정한 특별공무직권 남용죄 등에 해당하기 때문에 재심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재판 개시 자체의 적법성 여부였다. 공소사실을 전제로 판단해야 재판부는 판결문이 없는데다, 증인도 대부분 사망했기 때문에 재심 개시 여부를 놓고 고심이 깊었지만 끝내 용단(勇斷)을 내렸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사실의 특정과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은 수형인이 아닌 국가(검찰)에 있기 때문에 재심 개시 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본안 판결을 앞두고 법조계는 결과가 희망적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재판부가 수형인들의 당시 피해상황 증언과 관련 증거자료를 검토한 끝에 재심 결정을 내린데다, 불법구금 내지 가혹행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재심 사건의 판례를 보면 ‘구금 상태에서 폭행과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해 허위자백을 했다’고 인정될 경우 무죄가 선고된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더욱이 적폐청산 과정에서 검찰 및 법원의 변화도 한몫을 거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심 청구를 주도적으로 이끈 양동윤 4·3제주도민연대 대표는 “법원이 4·3 발생 70년 만에 국가폭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준데 감사하다. 많이 늦었지만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검찰 측도 충분히 검토했을 것이라고 본다. 수형인들이 고령인 만큼 하루빨리 본안 재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4·3은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 중 하나다. 수형인(受刑人)들 말고도 4·3으로 억울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보다 명확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국가가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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