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항공사 횡포 맞서 道 출자로 탄생
성장가도 속 수익노선 치중 제주 외면
제주기점 국제선 소극 ‘검토항공’ 오명

최근 일본 부정기 띄웠지만 진정성 의심
국내선 요금 인상‘여론 무마용’지적
농산물운송사업 등 상생 약속 지켜주길

 

경영 의사결정의 성공과 실패는 타이밍(timing)을 맞추는데 있다고 한다. 경영 의사결정에는 종종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전략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도민사회에서도 타이밍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제주항공의 항공 운임 인상을 두고서다. 뭍 나들이에 나서려면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는 제주도민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 더욱 그렇다.

제주항공은 ‘대형항공사의 항공료 인상 횡포’에 맞서고, 제주도민들의 하늘길 이용 편의 등을 위해 제주도가 출자해 탄생한 회사다. 제주항공의 항공료 인상은 제주도민사회가 타 항공사에 비해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06년 6월2일 제주공항에서 74인승의 터보프롭 Q400기종의 항공기를 타고 제주~김포노선을 왕복시승하는 등 제주항공의 첫출발을 지켜보았다. 제주항공이 본격 운항을 시작하기 3일전 기자단 등을 대상으로 시승행사를 할 당시다. 제주도민의 한사람으로서 제주항공의 성공을 바랐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동안 제주항공은 매년 실적 개선을 이뤄내는 등 성장가도를 달렸다. 제1의 저비용항공사라는 타이틀과 함께 이제는 대형항공사를 위협하는 자리로까지 성장했다.

그런데 점차 수익노선에만 뛰어들며, 정작 제주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출범 취지가 퇴색됐다는 여론에서다.

대표적인 예가 제주~일본노선 문제다. 제주항공은 2013년 1월 제주~오사카(간사이) 노선 운항을 중단, 침체된 일본시장 회복을 위한 움직임에 발목을 잡았다. 이 같은 제주항공의 일본노선 운휴는 도미노 현상을 낳았다.

제주항공은 관광업계 등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제주기점 국제선(일본) 하늘길 취항을 수년째 검토만 해 왔다. 이로 인해 관광업계에서는 ‘검토항공’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기업에 ‘돈 안되는 노선’을 계속 운항하라고 강요하기는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주항공이다. 제주도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설립된 항공사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요구였다.

그렇게 수년이 다시 흘렀다. 최근 제주항공이 제주~후쿠오카 노선에 항공기를 띄우기로 했다. 부정기편이다. 실적을 보며 정기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임을 밝혔다. 일단 운항시간은 차치하고 업계에서는 환영했다. 과거 제1의 외래시장이었던 일본시장 공략에 한 층 더 공을 들일 수 있어서다.

그런데 시기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제주~일본 부정기 노선 취항 발표 얼마 후 항공운임 인상 이야기가 나왔고, 결국 인상됐기 때문이다. 여론 무마용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제주항공 입장에서 보면 때를 기다려 왔을 것이다. 지난해 소송에서 진 뒤 재차 인상 논의를 하자니 지방선거가 걸려있고, 좀 더 기다리자니 수익에 문제가 있을 것 같고…,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운임인상 발표도 제주도가 했다. ‘왜?’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출범 당시 맺었던 ‘제주에어 사업추진 및 운영에 관한 협약’ 때문에? 그러나 의구심은 곧 사라졌다. 협의안 덕분이다. 제주도로서는 여론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고, 노력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카드였기 때문이다. 협의안에는 제주~후쿠오카 노선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항공요금 인상 시점을 기다리고 제주도와 발표 시점을 맞춰온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제주항공과 제주도의 상생협의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시기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제주관광당국과 업계가 그렇게 요구할 당시에는 외면하더니 항공요금 인상 필요시점이 오자 국제선 운항 등의 카드를 꺼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운임 인상이 타이밍을 맞춰야 하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전략문제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요금 인상에 대한 언급은 마무리하고, 제주항공의 첫 출발을 지켜봤던 도민의 한 사람으로 다시 한 번 제주항공에 바라본다.

상생협의안에 명시된 4·3생존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운임할인, 신선 농산물 운송사업 외에 제주~홍콩 정기노선 전환, 제주~후쿠오카 정기노선 전환, 제주~마닐라 슬롯 확보 시 운항 등 국제 직항노선에 대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지기를.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