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0~14일 제주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의 주제는 ‘제주의 바다, 세계평화를 품다’이다. 그런데 일본 함정이 ‘욱일기(旭日旗)’를 달고 참가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에게 ‘욱일승천기’로 잘못 알려진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상징이다. 전범기(戰犯旗)인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법적으로 금지된 것과는 달리, ‘욱일기’는 지금도 일본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의 군기(軍旗)로 사용되고 있다.

해군본부 정훈홍보실에 따르면 제주서 개최되는 이번 국제관함식엔 14개국 21척의 외국 군함과 45개국의 대표단을 포함해 군함 50여척, 항공기 20여대가 참가한다. 이는 기존의 규모를 뛰어넘는 최대 규모의 관함식(觀艦式)이라고 한다.

참가국 중 가장 많은 군함을 보내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CVN-76)호와 순양함 챈슬러즈빌(CG-62) 등 총 4척이 참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러시아 해군도 바랴그함 등 3척을, 중국 함정도 여러 척 참가하며 인도네시아는 범선을 선보인다. 이밖에 외국 해군 장병 1만여명이 이번 제주국제관함식에 참가할 예정이다.

‘욱일기’ 논란과 관련 해군 관계자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 시절을 포함해 국내에서 열린 국제관함식 때도 일본 함정이 욱일기를 달고 참가한 적이 있다”며 “일본 해상 자위대가 현재 이 깃발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주최측 입장에선)일본 함정이 욱일기를 게양하고 입항하는 것을 금지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본 해상자위대 측에 한국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해 달라는 요청은 여러 통로로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제주국제관함식은 강정주민 및 도민들의 반발이 심했었다. 이에 해군이 ‘화해와 상생’의 기치를 내걸고, 문재인 대통령과 지역주민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어렵사리 성사됐다. 하지만 일본 함정이 전범기인 ‘욱일기’를 휘날리며 제주바다를 휘젓고 다닐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해군과 정부 측에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게 어찌하여 ‘화해와 상생’인가. 전범기를 앞세운 일본 함정으로 인해 이번 국제관함식의 주제인 ‘제주의 바다, 세계평화를 품다’가 무색할 정도다.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국제관함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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