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곳곳에 올레꾼 농업경제 보탬
농업과 연계한 관광업 활성화 가능성
다양한 색의 농작물 등 관광자원화

시장수요 맞춘 경관 위주의 생산체계
부족한 수익은 경관직불제로 보전
농업인 자긍심 가질 수 있는 정책 절실

 

제주 올레길은 제주관광의 형태를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 이전의 제주관광은 단체 등이 전세버스를 타고 지정된 숙박지, 식당, 관광지를 방문하고 가는 형태로 관광업이 제주경제와 도민들에게 밀접하게 다가오지가 않았다. 하지만 올레코스가 제주 전역에 생기면서 올레꾼들이 지역 식당을 이용하고, 민박 또는 게스트하우스나 펜션 등에 숙박을 하게 되면서 제주도민 특히 1차 산업에 속하는 농업인과 접촉이 늘어나게 됐다. 농촌지역에 체험 농원 및 농장이 증가하고, 농산물 가공업이 활성화됐으며, 농산물 직거래도 늘어나는 등 제주올레가 지역 농업경제에 많은 보탬이 됐다.

예전에 제주 관광객들이 쓴 비용은 대부분 대기업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남은 몇 푼의 돈도 도내 몇몇 관광업자들이 투자한 관광버스회사와 관광식당에서 흡수해버렸다. 이런 식의 관광산업은 제주도민을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럽 나라들의 농업과 연계한 관광업은 이와 다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각국의 트레킹 등을 보면 지역을 체험하고 지역민들과의 소통을 하는 형태를 많이 볼 수가 있다. 푸른 초원에 소나 양들, 다양한 색의 농작물 꽃물결 등을 관광자원으로 이용해 전 세계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몇 년 전 유럽 연수 시 넓은 초원에 소가 몇 마리밖에 보이지 않아 “더 많은 소를 키워야 효율적이 아니냐”는 질문에 지역 농업인은 “소비시장에 맞추는 적정 두수도 있지만 소가 많으면 푸른 초원이 황폐화할 수도 있고 또한 관광객들이 볼 때 좀 답답한 느낌을 받지 않겠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책적으로 경관직불제 형태의 지원금을 보조받는데 그 조건으로 현재 형태와 면적에 보이는 두수 정도의 소를 방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시장에 맞춘 생산과 경관을 보존하면서 관광산업을 활성화해 관광수입을 높이는 대가로 경관직불제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면 농업수입이 안정돼 농민들의 경제적 기반이 탄탄해지고, 투기성 자본의 유혹도 이겨 농지를 보유하면서 지역의 주인으로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제주의 농업이나 관광산업은 기로에 서 있다. 외자 유치를 장려하다 보니 중국자본이 대거 몰려와서 제주 전체를 매입할 듯이 무서운 기세로 지역의 땅들을 사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제주올레, 생태관광과 같이 지역민과 같이 갈 수 있는 관광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우리가 유럽처럼 지역민이 주인인 농업과 연계한 관광산업을 추진하려면 농업인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주 농업의 현실은 생산량 증대 위주의 방식으로 인해 농산물 과잉생산 파동을 주기적으로 겪고, 전국 최고의 부채를 안고 있는 등 무척이나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제주농업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농작물 가격안정을 통한 적정한 농가소득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과잉생산에 따른 농작물 파동을 막으려면 시장수요에 맞춘 생산과 함께 이에 따른 부족한 수익은 경관직불제로 보완해 줘야 한다. 물론 유럽과 같이 경관직불제에 따른 조건 이행을 위해 농업인들도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예컨대 잘 정돈된 방풍림이 있는 감귤원이 도 전역에 있다고 생각해보라. 방풍림 자체만으로도 볼거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밀식 형태의 감귤원을 간벌를 통해 독립수 형태의 수형을 만들면 지금의 감귤원보다 훨씬 보기 좋고 관광객들의 답답함을 풀어줄 수 있는 경관이 될 것이다.

이러한 형태로 제주 농산물 생산방식을 경관 위주의 생산체계로 바꾸고, 소비시장에 맞춘 적정 수준으로 생산을 한다면, 농산물 가격은 안정되고 관관산업도 보다 활성화되면서 농업인은 경관직불제로 부수입을 올리는 ‘일석 3조’의 부가가치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이렇게 해서 농업인들의 경제력이 높아지면 농가부채로 인해 농지를 투기성 외지인에게 매도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농업과 연계된 관광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제주 농업인이 농지의 주인으로서 대한민국의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는 농업정책 및 관광정책이 나오기를 절실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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