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오는 이맘때면 소비자 물가가 올랐다는 말을 메스컴을 통해 흔히 볼 수 있다. 올해는 특히 가뭄과 태풍의 영향으로 채소와 과일 등 일부 농산물 가격이 급등 했다. 그렇다고 소비자물가도 급등했을까. 그리고 일부 품목 때문에 소비자물가가 올랐다는 표현이 맞는가. 틀리지는 않을지 몰라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주로 구입하는 460개 대표 품목에 대한 평균 가격이다. 이들 품목에 대한 단순 변동률이 아니라, 가구에서 지출하는 비중을 분석해 품목별 가중치를 적용한다. 현재 소비자 물가지수에서 농축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불과하다.

이는 휴대폰 관련 비용 4.65%, 석유류 4.66%, 월세 4.36%와 비교 해봐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도시가구의 월평균 소비 지출액 중 휴대폰에 12만원을 지출할 때, 배추에 3000원, 쌀에 1만3000원 정도를 지출하는 셈이다. 농축산물 가격상승이 가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를 인식한다. 학생이 많은 가구는 교육비에, 세입자들은 전·월세 가격에 민감해진다.

또 물가 가중치가 비슷한 무와 청소기·손목시계를 놓고 볼 때, 청소기와 손목시계 가격이 내리고 무 가격이 오를 경우, 지표물가에는 큰 변화가 없으나 무의 구매빈도가 높기 때문에 체감물가는 상승한 것처럼 느껴진다.

심리적인 영향도 작용한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하락한 품목보다 상승한 품목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전체 물가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몇 개 품목이 오르면 심리적으로 물가가 올랐다고 여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배추가격이 전년보다 50% 하락한 후에 올해 가격을 회복하면 배추는 100% 상승, 즉 지난해 가격의 두 배가 된다. 평시 가격을 회복한 배추가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 품목처럼 포장된다.

소비자 물가, 특히 장바구니 물가를 구성하는 농축산물 가격안정은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정부는 정책적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올바른 이해도 중요하다.

체감물가와 지표물가, 물가 변동추이와 가중치 등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전제돼야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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