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사회적경제 민·관협력기구
재정위기·실업문제 해결 핵심 역할
이젠 정부 내 상설기관 자리매김

제주, 일자리창출위 메머드급 구성
민관 협력 ‘말로만’ 그런저런 위원회
공무원 중심의 일자리 정책은 허구

 

캐나다 퀘벡의 사회적 경제는 활기차다. 2014년 기준 3000여 개의 협동조합에 조합원은 880만 명을 웃돈다. 사회적경제가 창출하는 일자리는 7만8000개.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 경제는 퀘벡주 전체 경제의 8~10%를 차지한다.

퀘벡에서 사회적 경제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 당시만 해도 캐나다의 경제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신자유주의 확산에 따른 고용 감소, 재정 적자 등 경제위기 우려가 컸다. 이에 대응하여 나선 게 바로 사회적경제 민관협력기구, 샹티에(Chantier)다.

프랑스어로 ‘작업장’이라는 뜻을 가진 샹티에는 퀘벡의 사회적 경제를 상징하는 조직. 당시 실업률이 12%에 달하자, 주 정부는 재정위기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샹티에 쪽에 요청했다. 그래서 열린 것이 ‘퀘벡의 경제·사회 미래에 관한 연석회의(Summit on the Ecomonic and Social Future of Quebec)’다. 이 자리엔 지방정부 뿐 아니라 협동조합, 노동조합, 기업, 시민사회단체 등 퀘벡의 정치·사회·경제 주체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댔다.

그해 10월 ‘자, 연대로 나아가자’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주 정부에 제출됐다. 연석회의는 퀘벡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의부터, 각종 사업 프로젝트 등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보육과 주거, 환경, 문화 등에서 각종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설립 등을 적극 지원했다.

이후 10여 년 동안 탁아 서비스에서 2만5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1만호가 새롭게 지어졌다. 쓰레기 재활용 등을 위한 사회적 기업 수십여 개가 생겼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의 취업도 이뤄졌다. 각종 문화사업을 위한 협동조합 등도 생겨나면서 일자리 역시 크게 늘었다. 학계에선 이를 놓고 ‘조용한 혁명’이라고 부른다.

단순한 연대조직에서 출발한 샹티에는 한시적인 기구였다가, 이제는 정부 내 상설기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샹티에의 실험을 통해 사회적 경제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입증된 결과였다. 이 같은 실험은 캐나다 연방정부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2004년 당시 폴 마틴 총리가 사회적 경제를 핵심 사회정책으로 삼겠다고 할 정도였다.

샹티에가 대변하듯이, 지역사회 모든 주체들이 공익성, 상호 존중과 배려, 상생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야말로 지역재건과 일자리 창출 전략의 핵심이다. 그것이 바로 포용적 거버넌스. 시민사회와 정부 간의 ‘정책대화’(policy dialogue)를 통해 정책설계와 집행, 그리고 평가까지 공동으로 진행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우리 제주는 어떤가? 지난해 3월 일자리창출위원회가 매머드 급으로 출범했다. 출범 1년을 훌쩍 넘긴 지금, 돌이켜보면 또 하나의 그러저런 위원회 수준 아니었나 싶다. 민·관 협력은 그냥 구호에 그쳤다. 실제로 지난해 실무분과에서 여러 차례 숙의 끝에 제출된 ‘수눌음일자리 2020 프로젝트’는 일언반구 없이 사라졌다.

민선7기에도 정책의 전 단계를 일자리 중심으로 설계할 방침이라 전해진다. 그것도 일자리창출위원회를 컨트롤타워로. 그래서 한편으론 걱정스럽다. 거칠게 표현하면 자치단체, 아니 공무원들에게만 대책을 세우라 으름장 놓는 것처럼 들린다. 지금 일자리창출위원회가 그 역할을 할 순 있을까? 손발이 없는 마당에... 더구나 시민사회나 민간엔 아무런 메시지도 없이 말이다.

필자가 제주형 사회적경제 뉴딜(New-Deal) 신규 일자리 창출을 제안했던 터라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공공 일자리든 사회적경제 일자리든 정말 실행력 있는 민관협력기구가 중요하다. 샹티에처럼 포용적 거버넌스가 선행돼야 한다. 그 안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천방안과 추진계획을 민과 관이 함께 만들고, 더불어 추진하며, 같이 책임져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고용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와 함께. 그래야 도민들과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가 그나마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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