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문화 사회화는 대세
결혼이주여성 등 동화 정책 넘어
다른 것 융합 새로운 문화 창출 필요

제주 ‘동화적 다문화 섬’에서 벗어나야
예멘 난민 신청자들 이웃으로 존중하고
인정할 때 ‘상호 문화적 도시’로 다가가

 

그 동안 순혈주의를 자랑해 온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유전자 검사 결과가 발표된 적 있다. 고유한 중국인 유전자가 대략 22% 그리고 일본인 유전자가 15% 정도 한국인의 핏속을 흐르고 있다 한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제주의 경우 몽골 지배 100년에 제주로 표류한 외국인들, 그리고 남방인들과의 교류 등을 통해 제주만큼 다양한 유전자가 섞여 있는 지역도 없을 것이다.

생물학에는 잡종강세라는 말이 있다. 제주인들의 튼튼함과 뛰어난 지력, 성실성은 이런 유전자적 다양성이 준 축복이라 생각된다.

제주는 언어 생김새는 물론이고 많은 삶의 양식에 있어서도 제주 섬만의 고유성이 있다.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씨는 제주에 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탈리아의 중세 도시 아시시에 가보면 공항에 내린 순간 중세의 어느 도시에 왔다는 느낌이 드는 것처럼 제주 비행장에 내리는 순간 한반도가 아닌 다른 나라에 왔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 제주 관광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공항, 식당, 호텔에서도 제주어가 사용되고 시내에 붙어 있는 모든 간판도 제주어로 표기해 방문자들에게 더 생소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차별화된 관광 전략이 되어야 한다 했다.

지금 제주 땅에는 팔십여 개국 사람들이 우리와 삶을 나누고 있다. 최근에도 예멘 사람 549명이 난민 신청자로 한꺼번에 몰려와 국가적인 이슈가 되어있다. 여전히 예멘 난민 신청자들을 불청객으로 인식하는 국민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어 그들을 조금만 돕고 지지한다면 저출산 인구 부족 시대에 들어선 우리에게 모자란 노동력을 메꿔줄 양질의 일손이 될 뿐만 아니라 그들도 이 땅에서 우리와 삶을 같이 나눌 선한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의 다문화 사회화는 그 흐름을 멈출 수 없는 대세라 생각된다. 우리 땅을 찾아온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김치 먹여 한국인처럼 산다는 단순한 동화 정책적 다문화 사회 개념을 넘어 그들의 문화와 우리의 것이 만나 서로 융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상호 문화적 개념으로 다문화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제주이주민센터에서는 예멘친구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과 더불어 제주 사람들을 위한 아랍어 강좌를 열 예정이다. 아랍어를 사용하는 500여명의 외국인이 한 번에 제주를 찾아 온 일은 한반도 500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이들이 아랍어 원어민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이제 이달 말이면 예멘 난민 신청자에 대한 심사가 끝난다. 그 결과 출도 제한이 풀려 예멘 친구들이 남김없이 제주를 떠난다면 박수 칠 사람도 없진 않겠지만 이는 제주 사람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될 수 있다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그들을 제주가 온전한 인간으로 우리의 이웃으로 품어 주지 못한 반증이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불문과 학과장이면서 상호문화 교류학으로 대학원 과정을 개설한 장한업 교수는 진정한 상호문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외국인을 엄마로 둔 아이들에게 한국어만큼이나 엄마의 모국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령기 전 몇 년은 엄마의 나라에 사는 경험을 통해 엄마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몸으로 익히게 하고 초등학교 과정에서도 엄마 나라말을 포함한 다양한 언어들이 같이 나누어지는 다(多) 언어 교실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적어도 3개 국어는 배우고 구사할 수 있는 언어 능력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다양한 외국어가 전공과목이 되는 외고들이 지역마다 개설되고 결혼이주 가정 아이들에게 특례 입학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했다. 어쩌면 다문화 이민 사회가 이런 기회를 쉽게 접근하게 만들어 주고 있음에도 인식 부족으로 우리가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난민 신청자들을 포함해 제주 땅에서 우리와 삶을 나누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동정심에서 출발한 인정(人情)이 아니라 그들을 온전한 인간의 한 객체로 그리고 우리의 이웃으로 존중해 주는 인정(認定)이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될 때 제주가 동화적 다문화 섬에서 진정한 상호 문화적 도시로 다가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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