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화 따라 추석 풍경 갈수록 변화
해외여행 등으로 친인척 대면 줄어
노동집중 여성 ‘명절증후군’ 사회문제

개인 불편한 신상 질문에 스트레스도
모두가 한자리 모이는 소중한 시간
서로 배려하는 ‘가족의 날’로 만들어야

 

기록적인 폭염이 사라지며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어린 시절의 추석을 떠올려보면 요즘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롭진 않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행복했다. 1년 중 가장 맛난 음식을 반가운 친척들과 옹기종기 모여 먹으며 덕담과 웃음으로 이어진 행복한 시간이었기에 손꼽아 기다렸던 추억이 아련하다.

그러나 산업화 진전과 핵가족화 등으로 인해 추석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가족끼리 모여 간단히 외식한다든가,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해외여행을 한다든지, 어른도 여행을 떠나버린다든지, 성묘라든가 차례의 행사는 가급적 줄이는 방향으로 모든 것이 조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명절에 친인척 간 대면 자체를 기피하는 이른바 ‘명절 해외 여행족’이 해마다 늘어나는 등 ‘민족 대이동’이라는 표현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가정과 사회에서 조정해야 할 갈등도 머리가 아픈데 취직은 했는지, 결혼은 언제 할 것인지, 아이는 언제 낳을 것인지 등 개인의 불편한 문제들을 관심으로 대두시켜 친척들과 오랫만에 만난 반가움보다는 부담스러운 자리가 되고 있다. 그러니 아예 명절에 고향을 가지 말고 여행이나 가자는 흐름도 적지 않다.

언제부턴가 명절에 대한 스트레스나 가사노동 등에 의해 나타나는 증후군인 ‘명절증후군’이 사회 문제로 등장해 명절문화가 흔들리고 있다. 더구나 가정의 중심인 여성들에게서 나타나는 증후군이라 심각성을 더한다.

여성에게 집중된 육체적 노동과 남편 집 조상에 제사를 지내면서 시집의 눈치를 봐야하는 정신적 고통 등 명절 때 모든 일의 부담이 여성에게 전가되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명절을 보내고 나면 부부싸움이 더 늘어난다. 최근에는 아내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이 편지 못한 남편이나 시부모까지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명절이 지난 뒤 고독감을 느끼는 황혼 명절증후군도 증가하고 있다.

남편들도 이야기한다. “나도 힘들거든.” 장시간 귀향에 따른 운전과 극도로 날카로워진 아내의 기분을 맞추느라 스트레스가 생긴 것이다. 명절 이후 이혼도 증가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하루 평균 298건의 이혼신청이 접수됐는데 설과 추석 전후 10일간은 그 숫자가 577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런 명절 스트레스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일본에는 명절 스트레스를 지칭하는 ‘요메하라(嫁ハラ)’ 용어가 있다. 며느리를 뜻하는 ‘요메(嫁)’와 영어의 ‘허래스먼트(harassment·괴롭힘)’의 결합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며느리 괴롭힘’이란 의미다. 한꺼번에 몰리는 집안일, 출산이나 육아문제에 관한 시부모들의 압박으로 인한 갈등이 명절 스트레스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중국도 명절에 ‘고향에 가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란 뜻인 ‘쿵구이쭈(恐歸族)’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미혼이나 비혼 성인들의 경우 고향에 가면 결혼에 관한 질문 스트레스 때문에, 혹은 고향 방문에 드는 과다한 비용이나 짧은 연휴 등의 이유로 ‘쿵구이쭈’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그렇다면 모두가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일까. 먼저 가족 간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해 명절이 가족 모두의 파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음식을 간소화하고 먹기 위한 명절 음식 아닌 가족의 사랑을 나누고 서로 배려하는 가족의 날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남편이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대화 주제는 피해야 한다. 네 번째는 고생하는 아내에게 며느리에게 엄마에게 감사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말로 표현해보자. 명절은 모처럼 가족들이 한 자리 모이는 소중한 시간이다.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배려하고 이해하고 격려한다면 행복한 명절이 될 것이다.

가족에게 격려와 배려는 가장 큰 추석 선물이다. 가족 간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으로 넉넉하고 풍요로운 한가위 명절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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