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 앞둔 제주지역 실향민·새터민

“우리 부모님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벌초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눈물만 흘리셨다”

추석을 앞둔 19일 오후 이북5도 제주사무소에서 만난 실향민 2세인 백정현(63) 제주황해도민회 명예회장은 “우리는 어릴 때 명절에 벌초를 할 장소가 없어 명절이 다가오면 부모님은 고향 땅에 두고 오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생각에 연신 눈물만 흘리셨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향은 황해도 송화군 봉래면이다. 한국전쟁 당시 부모님과 작은아버지, 고모들이 인민군을 피해 제주로 내려와 정착했다”며 “그때 당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고향에 두고 오셨다. 이산가족을 신청했었지만 그 때는 이미 돌아가셨을 것이라 생각해 만나 볼 수 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이산가족이 100명씩 만났는데 남아있는 인원 5만6000여 명인데 100명씩 이산가족 상봉해서는 560년이 걸린다”면서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산의 아픔을 간직한 실향민인 제주 거주 이북도민이 2만3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면서 “향후 남북교류 활성화에 대비해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주에 통일동산 건립이 필요하다”고 희망했다.

“자유로운 왕래가 되고 통일이 되면 북녘 땅에 있는 엄마 산소에 먼저 가고 싶어요”

추석을 앞둔 19일 오후 이북5도 제주사무소에서 만난 새터민 박나정(42·여)씨는 북녘 땅에 묻힌 어머니 이야기에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함경북도 회령시가 고향인 박씨는 지난 2006년 중국을 거쳐 탈북한 후 대한민국 제주도에 정착했다.

박씨는 “2004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막냇동생을 중국에서 한국으로 먼저 보냈다. 그 후 둘째 동생과 함께 2006년 9월 중국을 떠나 배를 타고 한국으로 어렵게 들어왔다”며 “예술단 공연을 하러 제주도에 왔다가 너무 좋아서 정착하게 됐다”고 입을 뗏다.

그는 “대부분의 새터민들이 추석이 되면 갈 때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저는 아버지와 동생들과 함께 제주에서 살고 있지만, 혼자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온 새터민들은 얼마나 속상하고 외로울까 하는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박씨는 “통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당장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며 “통일보다 먼저 북한과 자유로운 왕래가 이뤄져 북한에 있던 친구들도 만나고 선물도 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추석이 다가오니 북녘 땅에 묻힌 어머니 생각이 난다고 말한 박씨는 “어머니가 묻힌 산소위치를 모른다. 자유로운 왕래가 되고 통일이 되면 엄마 산소에 먼저 가고 싶다”며 “통일이 되면 엄마산소와 할머니 산소를 제주로 이장해 오고 싶다”고 소망을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