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것은 지난 2005년 1월 노무현 대통령 때의 일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 평화실천사업을 적극 지원할 것을 공식 선언했다. 또 제주가 국제적 분쟁과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완충센터로 거듭나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정착에 기여하는 국제평화도시로 자리매김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2018년 10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旭日旗)’ 논란으로 제주 섬과 온 나라가 시끄럽다. 심지어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도 보인다.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에서 개최되는 ‘2018 국제관함식(觀艦式)’이다.

정부는 이번 관함식이 외국 군함 14개국 21척 등 총 50여척, 항공기 20여대, 대표단 45개국, 외국 장병 1만여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우리 민족에게 뼈아픈 상처를 안긴 ‘전범기(戰犯旗)=욱일기’를 버젓이 게양하고 관함식에 참석하는 데서 비롯됐다.

국민적인 정서를 고려해 우리 정부가 욱일기 대신 자국 국기 게양을 요청했지만 일본 측은 막무가내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국적을 표시하는 자위함기는 국가 주권의 상징”이라며 “(한국 측의 요구는) 비상식적인데다 예의가 없는 행위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초 제주 국제관함식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대통령 사과’ 등을 내세운 정부의 설득 끝에 번복돼 열리게 됐다.

그리고 행사를 1주일 앞두고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되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욱일기를 단 일본 함정의 사열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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