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 서부하수처리장에서 오수(汚水)가 무단 유출됐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오폐수 유출사고에 도민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행정은 근본적인 해결책보다 ‘뒷북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서부하수처리장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6시경 자동제어시스템(PLC)이 일시적인 정전으로 작동이 중단됐다고 한다. 이로 인해 최소 수십t에서 최대 440t의 오수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엄청난 양의 오수가 바다로 유출되면서 방류구 기준 100m 내외의 판포 해안이 황토색 흙탕물로 오염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부하수처리장은 지난 2007년 6000t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도록 시설됐다. 하지만 용량 부족으로 2015년 1만8000t을 증설했지만 하수를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오는 2025년까지 4만4000t 규모로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하수처리장의 경우 2016년 1월부터 7월까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과 충질소량 등 환경기준을 초과해 바다로 하수가 방류(放流)된 날이 무려 197일에 달했다. 또 보목하수처리장도 하수 유입량이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복되는 오폐수 유출사고와 관련 원희룡 제주지사는 2일 도청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열린 주간정책 조정회의를 통해 하수처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제주도정 전체가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하수처리장 증설 및 운영 관리에 따른 현안 공유와 함께 각 부서별 대안으로 △연안환경조사 및 생태조사 △사전내용 공유 및 주민과의 소통 △대규모 개발사업 인허가 검토 △하수도 원인자 부담금 세부관리 방안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고 한다.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뒷북행정’일 뿐이지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제주지역은 최근 상주인구와 관광객 증가, 대규모 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오폐수 처리에 ‘과부하(過負荷)’가 걸렸다. 2016년 이후 오폐수 무단 유출사고가 매년 되풀이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같은 흐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은 행정의 직무유기다. 그동안 허송세월 하다가 이제 와서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 또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미봉책이 아니라, 큰 그림 위에 보다 종합적인 대책 마련임을 제주도정이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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