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주거권 보장 촉구 집회

집값 날로 폭등 서민들 박탈감

월급쟁이 ‘내 집 장만’ 언감생심

 

인간적인 삶 위해 주거공간 필수

중앙·지방정부 공히 보장 책무

‘제주형’ 주택정책 적극 추진할 때 

 

“집은 인권이다.” 지난 3일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서울 도심에서는 주거 현실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참여연대와 빈민해방실천연대, 전국세입자협회 등 시민단체 24곳은 이날 ‘집 없는 사람들의 달팽이 행진’ 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최근 집세 폭등으로 정부의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전체 가구의 절반인 세입자들을 위한 정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집값 폭등으로 서민들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서울 서초구의 59㎡ 소형 아파트가 무려 24억5000만 원에 팔렸다는 언론 보도가 관심을 모았다. 보도대로라면 강남의 아파트값이 3.3㎡당 1억 원을 넘는 것이다. 현장 실태조사를 벌였던 국토교통부는 문제의 거래는 실체가 없는 허위정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시세 띄우기’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이 월급쟁이 등 서민들로서는 ‘언감생심’ 쳐다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가통계포털에 공개된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실거래 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6월 아파트 실거래 가격지수는 188.1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6년 1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명목)은 361만5000원이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6월 기준으로 6억6403만 원이었다. 20∼30대 가구주는 돈 한 푼 안 쓰고 15년 이상 모아야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제주지역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 정도는 아니지만 요 몇 년간 도내 집값은 “미쳤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올랐다. 도내 근로자 임금 수준은 전국 최저인데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내 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졌다.

주택 가격 상승에는 투기 영향도 있다. 제주에서도 집이 재테크 수단이 되고 있다. 2016년 11월 도내 첫 재건축 모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130대 1’이었다. 당시 이 아파트 일반분양(239세대)의 46.9%가 6개월 만에 전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 당첨자 중 절반 가까이는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거뒀다.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이 제주 주택시장에서도 횡행하고 있다. 제주지역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도 이와 전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7월 기준 도내 금융기관 가계대출 잔액은 14조5788억원으로 집계됐다. 3년 전인 2015년 7월(6조9858억원)과 비교해 무려 2배 증가한 것이다.

집값 폭등은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도내에서 무주택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에 기혼자들의 출산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월급은 빠듯한데 월세 등 주거비 부담이 늘면서 살림살이는 쪼그라들었다. 자산 양극화 심화로 서민들은 물론 미래 세대에까지 절망감에 젖어 있다.

주택이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집값에 거품이 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양질의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 하방(下方)을 유도해야 한다. 함께 사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주택거래 투명성 강화 등 시장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의식주는 삶의 기본이다.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주거공간이 필수다.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날 달팽이 행진 행사에서는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장기 공공임대 주택 공급 확대 △부동산 보유세 강화 △주거취약계층 지원 확대 △강제퇴거 금지 △청년 주거권 보장 △대학생 공공기숙사 확충 7가지 요구안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제주도 당국도 “집은 인권”이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주택정책에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집값 및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특히 주택 배정과 일자리를 연계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취업자에 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하면 ‘일자리 미스매치’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민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제주형’ 주택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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