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시행 사업 위주 농민들 허탈

직불금 확대 등 농업인 생존에 중점

 

다음 달부터 진행되는 2019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제주도 각 실무부서에서는 내년도 제주도정 운영과 각종 정책 추진을 위한 예산 수립 작업이 한창이다.

예산안 심사마다 제주도는 감귤을 비롯한 1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예산을 수립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인 듯하다.

제주 1차산업은 지역 산업구조의 12.1%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 중 농축산물 조수입은 1차산업 총 조수입 3조6443억원(2016년 기준)의 74.3%인 2조7073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 예산안에서 농업·농촌 비중은 2018년도 본예산 일반회계 기준 7.06%에 그치고 있는 상황으로 이는 7.50%였던 2017년보다도 줄어드는 등 매년 그 비중에 낮아지고 있어 제주농민들 사이에서는 제주도가 농업을 홀대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2018년도 총예산 증가율 13.05%, 일반회계 증가율 12.70%와 비교할 때 농업·농촌 예산 증가율은 6.45%로 예산 증가율의 절반도 안 돼 제주도가 농업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제주도의 농업 예산 중 대부분은 시설 현대화 등 융자 지원이거나 농가 자부담이 많은 정책예산이라 농가부채율이 전국 1위인 제주농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예산편성인 것이 현실이다.

도의회는 이에 업무보고와 행정사무감사 때마다 매번 농가부채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과 예산수립을 제주도에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수립 과정에서는 매년 해왔던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안을 편성해 농민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제주도를 비롯한 지자체와 정부는 언제나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농업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농업을 살리겠다고 외치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농업예산에 대한 제주도 등 예산 수립자들의 인식과 편성 초점부터 바꾸어야 한다.

많은 농업 전문가들 농업 선진국이라 부르는 유럽의 농업을 살펴보자.

유럽 농업인들도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 농업인들과 같은 생존이란 문제에 봉착해 있다.

그럼에도 유럽 농업인들이 자립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1차적으로 농업인의 직접적인 생존을 보장하는 예산수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럽 농업인의 농가소득 중 50% 이상이 정부와 지자체에서 예산을 편성해 지급하는 직불금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직불금으로 유럽 농가들은 농사를 통한 수익성과 상업성을 쫓으며 경쟁하지 않는다.

농사로 돈을 벌지 못해도 직불금으로 농업 안정화를 꾀하는 동시에 농업학교를 육성하고 협동조합과 생산자조합을 활성화해 유기적 연대를 이끌어내며, 농업회의소를 통해 개방화 등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등 자신들의 농업 발전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유럽 농가든 우리나라 농가든 ‘뼈 빠지게’ 농사를 짓지만 유럽 농가는 직불금 예산으로 안정적 영농활동을, 우리나라 농가는 늘어만 가는 빚에 허덕이고 고통에 허탈해 하는 것이 서로 다른 농업의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농사를 지을 때마다 빚만 늘어가는 농가에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농업의 공익성을 인정하고 예산수립 과정에서부터 시설 중심의 농업예산 편성에서 벗어나 직불금 확대 등 농업인이 생존하고 지속할 수 있는 직접적 예산수립을 제주도를 비롯한 농업정책 및 예산 수립자들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주농업인들이 농업예산에서 느끼는 홀대와 자괴감 그리고 박탈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지속가능한 희망 제주농업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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