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이 발발한 지 올해로 70년이 되지만 그 때의 아픈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당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4·3수형인들은 평생 한을 품고 살고 있다. 이들의 억울함이 풀리지 않은 한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은 요원하다.

‘제주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최근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지난 5~7일까지 4·3 당시 제주도민이 수감됐던 옛 대구형무소 터와 인근 희생 지역을 순례, 희생자의 위패를 진설하고 진혼제를 봉행했다.

이번에 특히 4·3 수형인인 현우룡(95)·오영종(90) 할아버지는 6일 대구 현지에서 도민연대가 주최한 ‘4·3당시 대구형무소 수형생존자와 70년 만의 대화’에서 당시 겪었던 고초를 술회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가 원하는 생전에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눈 감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현 할아버지는 1949년 7월 2일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고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다. 그는 “당시 갖은 고문과 폭행으로 있지도 않은 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오 할아버지의 경우 대구형무소에 수감된 뒤에야 자신이 징역 15년형을 받았음을 알았다고 한다. 오 할아버지는 “재판은 형식적이었고, 당시 총상으로 의식도 혼미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4·3수형인들은 이념 갈등의 시대에 ‘빨갱이’란 낙인(烙印)을 지고 기구한 삶을 살았다. 이들의 억울한 누명을 씻어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2003년 4·3진상보고서 발간 이후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4·3수형인들은 이제 고령으로 하나 둘 세상을 뜨고 있다. 그들이 죽기 전에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명예를 회복해 줘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제주4·3 생존수형인 재심(再審) 결과도 조속히 나와야 한다. 제주4·3 생존수형인 18명은 지난달 3일 제주지방법원으로부터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고, 오는 29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했다. 4·3수형인들 천추의 한을 안은 채 눈을 감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물론 제주도 당국도 4·3수형인 관련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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