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자율학교가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주특별법에 의해 고도의 교육자치권을 보장 받았지만 교육 당국이 특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형 자율학교는 2007년 ‘i-좋은 학교’로 출발해 2015년부터는 ‘다혼디 배움학교’로 불리고 있다. 이들 학교는 교장 임용, 교육과정 운용 등에서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타 지역 자율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하지만, 제주지역 학교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더 획기적인 특례를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제주형 자율학교의 운영 상황을 보면 고도의 교육자치권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하고 있다. 제주대 김대영 교수가 i-좋은 학교 13개교와 다혼디 배움학교 10개교의 교육과정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도내 자율학교 대부분이 영어와 수학교과 시수를 늘려 도구교과 중심의 학력 향상에 치중하고 있다. 2014년 이후에는 모든 자율학교들이 창의적 체험활동 시수를 확대해 자유학기제 취지를 반영하는 등 제주만의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엇보다 ‘제주형’ 자율학교의 철학 불분명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읍면지역의 경우 순회교사로 인한 교육과정 편성 제한, 상급학교 진학에 따른 구조적 한계 등도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5일 개최된 ‘제주형 교육자치 분권모델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학교 관계자들 역시 제주형 자율학교의 특성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고민스럽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제주형 자율학교는 국제자유도시에 걸맞은 제주지역의 차별화된 교육인프라를 구축하고, 도심 공동화·소규모 학교 교육력 제고 및 도내 지역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제주형 자율학교가 도입 취지대로 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자율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심도 있는 점검과 분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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